[시선뉴스 이호 / 디자인 이연선] 우리나라는 북반구 중위도에 위치하여 냉온대 기후가 함께 나타나는 국가다. 연교차가 커 무더운 여름과 긴 겨울, 풍부한 강수량이 특징이다. 때문에 장마는 물이 많이 필요한 쌀농사에 유리하다. 하지만 과일은 비가 많이 오면 맛이 없어진다고 한다. 왜 그럴까?

과일의 맛은 당도(100g 당 과일 내 당 성분 함량)가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많은 농가들은 과일의 당도를 높이기 위해 연구와 품종개량을 하는 등 많은 노력을 쏟아 붓는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조건인 날씨가 받쳐주지 않는다면 모든 노력들이 수포가 될 수 있다. 그만큼 날씨는 한 해 농사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조건인 것이다. 날씨는 과일에 어떤 영향을 줄까?

수확하기 2주일 전부터 3일 전 정도까지의 날씨가 가장 중요하다. 이 시기에 햇빛이 많아야 과일의 당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식물의 잎은 햇빛을 통한 광합성 작용을 통해 탄수화물을 생성해 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탄수화물은 용해성이 높은 자당이나 소르비톨의 형태로 과일에 전해진다. 이 당들은 당도를 높이기도 하지만 크기를 키우기도 한다. 큰 과일이 맛도 더 좋다는 말이 여기서 나온다.

따라서 비가 많이 온 해의 과일의 당도가 떨어진다는 말은 비가 많이 와서가 아니라 햇빛을 쬐는 시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인 것이다. 일조량의 부족으로 인해 광합성 량이 작다 보니 생성되는 탄수화물이 적어져 과일의 당도가 낮아진다. 비가 많이 와서 당 대신 수분이 들어가 맛이 맹맹해 진다는 말은 그냥 그럴 것이라는 추측에서 나온 잘못된 얘기다.

그렇다면 비가 많이 온 해에는 무조건 과일 농사가 망할까? 그렇지 않다. 장마철을 지나 수확기까지 햇빛이 충분하면 다시 당도가 회복된다. 대부분의 과일은 짧으면 3일에서 길게는 2주 정도 맑은 날씨에서 광합성을 하면 당도가 다시 높아진다.

이렇게 과일이 광합성을 통해서 당도가 높아지기 위해서는 먼저 잎이 충분해야 한다. 잎에서 광합성이 이루어지고 당을 만드는 탄수화물이 생성되기 때문에 잎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당도 높은 과일을 얻을 수 있다.

다음으로는 적정한 수의 과실이 있어야 한다. 나무에 과실이 너무 많이 달려 있으면 각 과실로 당이 분배가 되어 당도가 떨어진다. 때문에 고품질 과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적과’라는 작업을 하게 되는데 상품성이 없는 과실들을 솎아내 남아 있는 과실들이 더욱 당도가 높아지고 과육이 커지게 된다.

이처럼 햇빛은 과일의 당도를 결정하기 때문에 과일 농사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렇다면 올 여름에 자라고 있던 과일은 어떨까? 아이러니하게도 일조량은 많아져 당도는 높아졌지만 너무나도 뜨거운 기온에 햇볕 데임 피해를 입어 생산량은 다소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즉 가격이 올랐다는 얘기다.

과일의 품종에 따라 과일의 당도가 좋아지는 시기는 따로 있지만, 제철 과일을 고를 때에는 최근 몇 주간의 날씨를 알아보는 것도 좋겠다. 햇빛이 충분했다면 지금 고른 과일이 최상의 당도를 자랑하는 과일일 수 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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