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명실상부 고령사회로 진입한 대한민국. 그로 인해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게 될 노인과 관련한 다양한 사회문제가 부각되면서 그들의 걱정이 곧 우리 사회의 고민이 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전국 노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23.6%가 고독사를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가족 사회에서 가족을 부양하며 노후를 준비하지 못했던 노인층이 개인주의와 핵가족 양상이 두드러진 사회 속에서 보호는커녕 그 누구와 마지막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상황. 사태가 이러하자, 이를 사회문제로 인식한 정부와 지차체가 대책 마련에 나섰고, 그중 하나로 ‘장수노트’가 등장해 이슈가 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장수노트는 혼자서 죽음을 맞을지도 모르는 독거노인들이 공영장례식을 신청한 후 자신들의 장례식 절차를 부탁해 놓은 일종의 임종기록부를 말한다. 이보다 더 큰 범위로 홀로 죽음을 맞을 수 있는 노인이 생전에 장례 계획을 작성하는 임종 기록부도 장수노트에 해당한다.

즉 홀로 사는 노인들이 생전에 자신의 장례식 계획을 세워놓는 노트가 바로 장수노트로, 해마다 가족과 친지가 없는 독거노인들의 고독사가 증가하면서 이들의 장례식조차 치러줄 사람이 없다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이 장수노트는 대표적 고령화 지역인 전남 광주에서 시행해 화제를 모았다. 참고로 전남은 전체 인구 179만 5,000여 명 중 65세 이상 노인이 21.8%로 전국 17개 광역단체 가운데 노인 비율이 가장 높다. 통계청은 2045년 전남 인구의 무려 45.1%가 65세 이상 노인일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광주 서구는 2014년부터 지역 주민과 함께 치러주는 공영장례를 시행하며 장수노트를 운영하고 있다. 광주 서구의 장수노트는 이렇게 시행된다. 공영장례를 신청하면 신청한 홀몸노인이 장수노트를 작성하면서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생활 관리사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마지막을 준비하게 된다. 운명한 뒤에는 쓰여진 마지막 편지 내용에 따라 공영장례식이 치러지게 되고 주민들이 상주가 되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해준다.

광주 서구는 그동안 15차례 공영장례를 치렀다. 그리고 현재 서구에 살고 있는 80여 명의 독거노인들이 장수노트를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수노트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공영장례를 신청하고 장수노트를 쓰고 있는 홀몸노인들은 늘 걱정이고 두려웠던 자신의 장례식에 대한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게 됐다고 전한다. 이와 같은 선행 사례를 발판 삼아 독거노인의 고독사에 대책은 각 지자체에서 연구 중이거나 시행 중이다.

일본에 이어 빠르게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대한민국. 더 이상 노인들을 둘러싼 사회문제를 차순으로 미뤄두기에는 당장 직면하고 있는 부분이 한 둘이 아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노인들의 고독사 문제이다. 각 지자체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어 실효성 있는 대안들을 마련해 노인들이 여생을 두려움 속에 보내지 않도록 힘이 되어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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