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일본 내 청년에 대한 고민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해외로 청년 보내기 관민(官民) 대책협의회.'라는 회의체가 내년 일본에서 출범하기도 합니다. 왜 청년을 해외로 보내자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현재 일본의 '바나레(離れ)'때문. 젊은이들이 조금이라도 외국에 나가서 경험을 쌓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건강한 사회생활을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멀리하다, 떨어지다’란 뜻의 동사에서 파생된 바나레(離れ)는 명사 뒤에 붙여 ‘~에서 떠난 상태’를 뜻합니다. 바나레는 일본 청년들이 1970~80년대에 비해 특정 대상을 멀리하거나 갖고 싶어 하지 않을 때 주로 붙이는 표현인데요. 2000년대 초반 등장한 '구루마(車) 바나레(자동차도 싫고)'가 대표적입니다. 

이뿐 아니라 술도 싫고(사케 바나레), 공부가 힘든 이공계도 싫다(리케이 바나레)고 말하며 이들은 연애나 결혼, 정치, 해외여행에도 별 관심이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출처 - 픽사베이
출처 - 픽사베이

삼포세대, 오포세대, 다포세대라는 말이 나오면서 이 단어가 우리 세대를 상징하는 것처럼, 바나레 신드롬은 이보다 더 심각한 현재의 일본 청년들을 대표하는 말인 겁니다. 

현재 일본의 1980년대 중후한~90년대 태어난 청년들은 일본의 침체된 잃어버린 20년을 고스란히 몸으로 경험하며 자란 세대입니다. 정규직 취업이 어려운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취업을 할 생각도 갖지 않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프리터족’으로 살아갑니다. 

필자가 중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며 만났던 수많은 일본인들은 실제로 “일본에 돌아가도 직장을 구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냥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생활이 적응이 되었기 때문에 이상하지도 않다”는 말을 하고는 했습니다. 

그들의 연령대는 대부분 80년대 중 후반에서 90년대 초반. 당시 그들의 나이가 20대 중후반 이었음에도 그들은 그러한 생활이 이상할 것도 없는, 아니 오히려 당연한 삶인 것처럼 말을 하고 생활해 왔습니다. 

물론 그러한 젊은 일본인들의 생활이 나쁘다고만은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그들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그러나 경제활동에 가장 적극적이어야 하는 시기에 아르바이트만으로 생활을 이어갈 때, 일본의 미래 모습이 얼마나 장밋빛일지는 상상하기가 힘들만큼 그려지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양상이 고스란히 한국으로 넘어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취업이 어려운 것을 넘어 노력을 하는 것에 대한 회의가 늘어가고 그것은 점점 ‘포기’, 더 나아가서는 ‘하지 않음’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우리에게 다가왔고, 우리에게는 얼마나 더 잃어버린 시간들이 예고될지 모릅니다. 바나레 신드롬. 우리의 지금 모습이라면, 앞으로도 꽃길이 아닌 잿빛의 미래가 생기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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