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태웅 / 디자인 이정선] 2002년 6월의 대한민국 거리를 떠올려보면 대부분 빨간색 티셔츠를 입고 ‘대한민국’을 외치는 이들로 넘쳐났었다. 그리고 경기장 속 선수들의 눈물을 보며 우리 함께 울곤했다. 왜 그랬던 것일까? 타인을 모방하고 공감하는 신경인 바로 ‘거울뉴런’ 때문이다. 

거울뉴런이란 영어로는 Mirror neurons이라고 부르며, 다른 행위자가 행한 행동을 관찰하기만 해도 자신이 그 행위를 직접 할 때와 똑같은 활성을 내는 우리의 뇌 속에 위치한 신경 세포를 말한다. 

이 단어는 이탈리아의 저명한 신경심리학자 리촐라티(Giacomo Rizzolatti) 교수의 실험결과로 처음 사용하게 되었다. 리촐라티 교수는 자신의 연구진과 함께 원숭이에게 다양한 동작을 시키면서 그 동작에 따라 뇌의 신경세포들이 어떻게 활동하는지 관찰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원숭이가 다른 원숭이나 주위에 있는 사람의 행동을 보기만 해도 자신이 움직일 때와 똑같이 반응하는 것을 발견했으며, 이와 관련된 뉴런들을 찾아낸 것이다.

물론 원숭이가 인간과 매우 근접한 영장류라고 하지만 인간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실험결과, 원숭이의 거울뉴런은 주로 운동을 담당하고 있는 뇌에서만 발견되기 때문에 단순한 행동을 따라할 수 있지만 다른 높은 차원의 것들은 모방이 불가능하다. 반면 인간의 뇌에서는 이 거울뉴런들이 다양한 곳에서 활동하고 있어 수많은 종류의 정보를 모방할 수 있다.

인간의 거울뉴런은 뇌의 세 군데 곳에 주로 분포해 있다. 전두엽 전운동피질 아래쪽과 두정엽 아래쪽, 측두엽, 뇌성엽 앞쪽이다. 거울뉴런은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정보를 처리해 지각한 행동의 의미를 파악한다. 즉 뉴런 범위가 넓기 때문에 관찰 혹은 다른 간접경험만으로도 마치 내가 그 일을 직접 하고 있는 것처럼 반응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간이 다른 동물들에 비해 연약한 육체를 지녔지만 지구에서 중심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이유 또한 이 거울뉴런 덕분이라고 말한다. 거울뉴런은 인간에게 뛰어난 학습능력을 선물했다. 동물의 경우 오랜 기간 진화하여 환경을 극복하지만 인간은 선조들의 지혜를 학습하고 똑같이 이행한다. 예를 들어 에스키모인 아이가 곰을 잡아 털옷을 만드는 부모를 보고 빠른 시간 안에 이를 학습하여 똑같이 실행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원초적인 부분 외에 거울뉴런은 아이들의 언어학습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아이들은 단어를 정확하게 알고 배우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자신도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처럼 느끼기 위해 본능적으로 관찰하고 따라하다가 배우는 것이다. 이때 아이들의 뇌 안에서는 거울뉴런들이 열심히 반응하게 된다. 

거울뉴런은 어떤 한 영역에서만이 아닌 인간 대부분의 활동에 영향을 끼친다. 어떤 행동이나 소리를 따라하여 유행이 되는 현상에서부터 우리가 ‘문화’라고 부르는 현상까지도, 바로 거울뉴런의 효과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우리 교과서에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항상 명시되어 있으며 그렇게 배워 왔다. 이에 대해 “왜?”라는 질문에 정확한 답을 내리지는 못 했다. 하지만 타인을 공감하거나 모방하는 현상의 촉매역할인 ‘거울뉴런’의 존재가 그 이유를 어느 정도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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