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병용] 민족 대명절 추석이 시작되었다. 추석이면 온 가족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여기 가족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함께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남극세종과학기지 대원들이다. 남극세종과학기지에서는 어떤 일을 하며, 남극에서의 추석은 어떤 모습일까? 남극세종과학기지 박지강 대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PART 1. 남극, 누구나 탐내는 곳

[사진_남극세종과학기지 제공]
[사진_남극세종과학기지 제공]

-안녕하세요.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남극세종과학기지에서 생물연구 및 막내를 맡고 있는 박지강이라고 합니다.

-남극세종과학기지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
연구하는 주제나 분야에 따라 필드를 돌아다니며 필요한 샘플들을 직접 채집하고 센서를 설치해 측정하는 과학자들이 있어요. 남극 기지는 이런 활동의 거점이 되어주는 곳입니다. 이곳에서는 따뜻한 밥과 잘 곳, 필요한 인력을 제공하고 직접 발로 이동할 수 없는 곳은 보트나 중장비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주변 기지나 다른 나라 국가의 과학자들과의 협력을 주도하는 남극 내의 외교활동도 하고요. 한국의 다른 연구원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필요한 연구 샘플들을 채집하기도 합니다.

[사진_남극세종과학기지 제공]
[사진_남극세종과학기지 제공]

-정말 많은 일을 하네요. 남극세종과학기지의 대원이 되기 위해서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매년 남극과학기지의 월동대원을 뽑기 위해 연구소에서 공고를 냅니다. 저도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되었고요. 연구대원의 경우 관련 전공자를 대상으로 하며 자기소개서와 연구계획서를 제출하게 됩니다. 그리고 서류심사를 통과한 분들은 연구소에서 면접을 보게 되는데, 이때 해당 차대의 대장님 두 분을 비롯한 네다섯 분이 면접관으로 들어오세요. 월동대를 지원하고 싶었던 이유부터 취미나, 주량이 어떻게 되는지 등 사소한 것까지 물어보시더라고요. 저는 첫 번째 면접에서 낙방했었는데, 이후에 생물대원 추가공지가 올라와서 한 번 더 지원해서 월동대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천운이 따랐나 봐요. 하하.

-남극세종과학기지 대원이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학원 진로를 고민하던 중 남극세종과학기지 월동대 공고를 보고 무언가에 홀린 듯 이곳에 지원하게 되었어요. 대학원을 진학하기 전에 생물학의 모든 분야를 두루두루 겪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거든요. 사실 이런 복잡한 이유를 말할 것도 없이 남극에 올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누구나 한 번쯤 잡아보고 싶지 않을까요? 

[사진_남극세종과학기지 제공]
[사진_남극세종과학기지 제공]

-그렇긴 하네요. 업무 중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나요?
하루는 입출남극 일정이 많아 칠레기지와 세종기지 사이의 바다를 네다섯 번 왕복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칠레기지에 사람들을 내려주고 월동대원끼리 반쯤 녹초가 되어서 바다를 건너오는 중에 눈앞에 커다란 고래가 나타났어요. 고래가 수면 아래에 있는 경우는 여러 번 봤었는데 그날은 ‘고래 점프’였습니다. 고래들이 바다를 박차고 커다란 몸을 띄우는 그 장관은 아마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고래라는 동물에게 반해버린 순간이었습니다. 아, 그때 찍은 고래 사진을 ‘극지사진전’에도 출품했었어요. 쟁쟁한 작품이 너무 많아 입상도 못 했지만요. 하하. 그래도 그때의 기억만은 제 마음속 최고의 작품입니다.

-정말 멋진 경험이었네요. 혹시 남극에서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나요?
지구상에서 인간의 손이 가장 덜 닿은 곳이 바로 이곳 남극입니다. 그 점이 바로 이곳을 연구하는 매력적인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만큼 환경파괴를 가장 경계해야 합니다. 필드 조사를 나가게 되면 모든 쓰레기는 가방에 그대로 넣어 돌아옵니다. 남극에서는 기지 주변에서도 펭귄이나 물개, 해표 같은 다양한 동물들을 볼 수 있는데, 연구목적을 제외하고는 절대 위협이 가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처음 남극기지에 들어오는 모든 분들에게 월동대의 총무님과 대장님께서 OT를 통해 그리고 수시로 이야기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친구들이 “펭귄 먹어 봤냐, 무슨 맛이냐” 물어보는데 야생동물을 함부로 포획하는 것은 불법이에요. 안 먹어봤습니다. 하하. 먹어볼 생각도 없어요.

[사진_남극세종과학기지 제공]
[사진_남극세종과학기지 제공]

-이제 곧 추석인데 더욱 가족이 보고 싶을 것 같아요. 오랫동안 집을 떠나 생활하면서 가족들과 연락은 어떤 식으로 유지하나요?
요즘은 인터넷이 좋아져서 가족들과 연락을 하는 데 큰 문제는 없어요. 가족들과 메신저 서비스를 통해 자주 이야기를 하고 화상통화로 얼굴을 보고는 합니다. 처음에는 느린 인터넷 속도에 많이 답답했는데, 이곳에서 반년 이상 지내다 보니 이제 굉장히 익숙해졌어요. 물론 집에 어린아이가 있는 대원들은 딸아이가 아빠 얼굴을 까먹을 것 같다며 걱정을 하시기도 하지만요.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 옛날 기록을 찾아보면 그 당시에 한국으로 보내는 편지도 찾아볼 수 있는데, 그때와 비교해보면 정말 살기 좋은 세상이네요.

-다행이네요. 남극세종과학기지에서는 어떻게 추석을 보내나요?
한국에서 추석을 보내듯이 기본적인 일과를 떠나 명절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쉽니다. 올 명절에도 송편이나 만두를 빚으면서 푹 쉴 예정이에요. 지난 설에 집에 영상통화를 했었는데 거의 3달 만에 본 엄마가 “아들! 잘 지내나 보네. 살쪘다 너“라고 말씀하셨어요. 하하. 그래서 추석에는 명절 음식을 덜 먹고 부모님께 전화를 드릴 예정입니다.

[사진_남극세종과학기지 제공]
[사진_남극세종과학기지 제공]

-마지막으로 전국의 남극세종과학기지 대원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전 제가 운이 좋아서 월동대원으로 이곳에 왔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하고 싶으면 일단 부딪혀봐야 한다는 거예요. 만약 제가 남극에 오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이렇게 지원하지 않았더라면, 면접에서 한번 떨어진 후 포기했더라면 이렇게 멋진 곳에 와있지 못했을 겁니다. 무언가 하고 싶다면, 겁먹지 말고 일단 부딪혀보세요!

[사진_남극세종과학기지 제공]
[사진_남극세종과학기지 제공]

이번 시간에는 남극세종과학기지의 주된 업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생물학의 모든 분야를 겪어보고 싶어 남극에 오게 되었다는 남극세종과학기지 박지강 대원. 그는 현재 남극에서 연구를 하며 환상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남극세종과학기지 대원들은 여가 시간에 주로 무엇을 하며 지낼까? 다음 시간에는 남극에서의 여가 및 개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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