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다소 아픔을 겪은, 개인적인 정치일정을 뒤로하고 지난 17일부터 연해주의 抗日독립운동유격지를 둘러보기 위해서 4박5일간의 일정으로 러시아를 다녀왔다. 장장 19시간의 뱃길을 이용한 여정이었다.

애국운동에 헌신해 온 일부 학자와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꾸며진 이 번 방문단은 의미 있는 일정을 소화하고 나름의 사명감으로 무장하고 귀국했다. 일제 강점기 러시아를 중심으로 독립운동을 전개했던 당시 고려한인사회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망국의 恨으로 헌신하신 순국선열, 의사.열사 들의 숨겨진 정신을 되새기며 그동안 다소 식었던 우국의 정신을 스스로 더 키우고 돌아온 것이다.

한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영달과 가족의 안위, 그리고 국가와 민족에 대한 소명의식 등을 다 두루 갖고 각자의 철학에 따라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더 큰 무게중심이 어디인지는 정신세계의 각자의 몫일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이번에 연해주에서 만난 순국선열들의 정신은 모든 것을 나라에 바친 소중한 우리들의 정신적인 유산인 것이다. 이것은 금전적인 것으로는 계산이 안 되는 매우 큰 자산인 것이다.

이번의 블라디보스톡 연해주 여행은 구한말, 일제강점기에 독립을 위해서 온 삶을 헌신한 이상설 선생님 현장기념비 방문을 비롯하여 안중근 의사의 역사적인 이토로 히로브미 저격시작의 거점인 블라디보스톡역 방문 및 기차시승, 독립운동가 최재영 선생이 일제에 의해 학살당하기까지 살았던 집 방문, 당시 동포들의 거주지였던 신한인촌 방문, 우스리스크의 고려인회관 방문 및 당시 독립운동기록 견학 등으로, 과거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일제치하에서 피눈물을 흘리면서 살아간 나라 잃은 당시 백성들의 아픔들 다시 느끼고, 그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신을 불살라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 평생을 보낸 많은 義人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았다.

지금 21세기 대한민국이 서 있는 오늘의 동북아지역을 국제정치적으로 그 당시와 비교평가, 다시 분석 평가하는 나름의 의미가 있는 여행이었다. 항상 국제정치는 현실주의자의 몫이라는 나의 소박한 견해가 다시 확인된 일정이었다.

사실 어찌 보면 인간의 삶은 매우 짧은 것이다. 어찌 살아야 자신의 철학을 다 실천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인지 우리 모두 겸허하게 우리 스스로를 되 돌아 보아야 한다.

연해주의 발해유적지를 탐사하면서 이 땅이 마땅히 우리 한민족의 영토이지만 弱肉强食의 세계 속에서 고구려 조상들의 영토개척 업적을 제대로 승계하지 못한 우리들의 아픔을 되돌아보는 겸허한 반성의 시간도 되었다. 그 넓고 기름진 땅들이 지금 러시아인들의 손에 있다는 것이 어쩌면 우리 역사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는 아픔일 것이다. 발해가 부흥한 흔적을 보면서도 아직 그 역사적인 평가를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는 아픔도 느꼈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이후 남북조시대의 전개에 대한 우리역사의 재해석이 더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어 우리 조상들의 찬란했던 그 역사를 다시 상기하는 정부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 가지 큰 교훈은 우리가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면 나라를 잃기 전에 富國强兵을 이루어 그러한 역사적인 아픔을 만들지 말았어야 한다는 평범한 깨달음이기도 한다. 앞으로도 소 잃고 외양간고치는 실수는 절대로 안 될 것이다. 어찌 보면 남남갈등으로 신음하는 우리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는 대목이다.

특히나, 필자의 가슴을 감동시킨 것은, 안중근 의사가 [동양평화정신]을 주장하면서 한반도 침략의 원흉인 당시 일본의 총리대신 이토오 히로부미를 저격하는 출발지로 블라디보스톡으로 삼고 이 곳에서 권총과 각종 필요물 들을 챙기고 하얼빈 현지로 떠났다는 역사적인 사실이다.

일설에 의하면 당시 안 의사가 쓴 권총의 총알은 총 7발을 장전할 수 있었는데, 이토오와 그 측근들을 사살하는데 6발을 쓰고 나머지 한 발은 쓰지 않고 남겼다는 사실이다. 앞의 6발은 쓰러진 인물이 이토오 히로부미가 확실한 것인지 몰라서 주위의 사람들을 쏘았지만, 이들이 모두 쓰러지자 생명을 존중하는 평화정신을 실천하기 위해서 한 방은 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천주교신자로써 살생을 하는 것에 대하여 용서를 기도하면서 더 많은 목숨을 구하는 義擧이니 하나님도 용서해 달라는 간곡한 기도를 했다는 전언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다.

아마도 이러한 우리 조상들의 투혼과 나라사랑정신이 있기에 오늘날 비록 분단된 반쪽이지만 대한민국이 세계사에 우뚝 서는 정신적인 토대가 된 것일 것이다. 과하게 물질문명에 기대어 살아가는 국민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대목일 것이다.

우리는 선진통일국가를 이루는 시점까지는 제2의 독립운동을 하는 맘으로 더 부강한 나라를 만들고 정신문명이 제대로 꽃 피는 나라건설에 더 매진해야 마땅할 것이다.

 

박태우 고려대 교수(박태우.한국)/대만국립정치대학 국제대학 방문학자
 

지식교양 전문미디어-시선뉴스
www.sisunnews.co.kr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