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최지민] 최고의 휴양지에서 기분 좋게 휴가를 보낸 A. 그는 휴양지에서 고급 음식을 먹고, 역사가 깃든 관광지도 구경하는 등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휴가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A는 낡은 소파에 걸터앉으며 한 마디 내뱉는다. “아! 집이 최고다”

A로 대변한 위와 같은 상황은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필자 역시 그 아무리 즐겁고 특별한 여행을 해도 익숙한 향과 손 때 묻은 집에 들어와서 “집이 최고다”라고 으레 외치게 된다. 이처럼 사람들은 특별한 것에 대한 동경이 있지만, 본능적으로 익숙하고 평범한 보통의 것에 애착과 편안함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이를 ‘코이노필리아’라고 부른다.

코이노필리아는 평범한 것에 대한 사랑을 의미하는 신조어이다. 코이노필리아(koinophilia)는 그리스어로 ‘평범’을 뜻하는 코이노스(koinos)와 ‘사랑’을 뜻하는 필로스(philos)의 파생어 필리아의 합성어로 직역하면 ‘평범한 것에 대한 사랑’, ‘익숙한 것에 대한 사랑’ 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코이노필리아는 사람들이 특별하고 새로운 것에 대해 더 호감을 느낄 것 같지만 실제로는 평범하고 익숙한 것을 더 선호하는 본능적 성향을 표현한 심리 용어로 볼 수 있다. 우스갯소리로 사용되는 ‘브라운관 속 연예인보다 옆에 있고 만질 수 있는 배우자가 더 좋다’라는 표현 역시 코이노필리아의 일환인 것.

코이노필리아는 우리 사회에서 마케팅의 한 부분으로 이용된다. 대표적인 부분이 광고다. 다수의 광고가 비현실적인 외모의 스타를 모델로 내세워 화제가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지극히 평범한 외모의 모델과 상황을 연출해 보통의 것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성공을 거두기도 한다. 주로 피로회복제, 음식, 배달서비스 등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게 되는 재화의 경우 광고를 통해 ‘코이노필리아’를 어필해 소비자를 유혹한다.

또한 많은 기업의 경우 오랫동안 유지해 온 브랜드를 버리지 않고 코이노필리아를 자극해 판매로 유도한다. 자동차 업계를 예로 들면 쏘나타, 그랜저, 말리부, 스포티지 등처럼 수십년 이상 묵은 브랜드를 계속해서 유지함으로써 평범함과 익숙함을 무기로 신뢰의 밑바탕을 형성해 나간다.

한편, 일부의 경우 코이노필리아를 간과해 쉽게 오래된 브랜드 버리고 새롭게 변경하거나 상호를 교체해 고배를 맞보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다수의 기업 마케터들은 최고의 광고가 지녀야 할 덕목으로 특별함이 아닌 ‘보통’ ‘익숙함’ ‘친숙함’을 꼽는다. 즉 코이노필리아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본능이기에 이를 자극하는 것이 성공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움’ ‘특별함’은 분명 매력적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 특별한 무엇인가를 쫓기도 한다. 하지만 그 끝에 낯선 것들에 지친 현대인들은 결국 평범하고 익숙한 것을 그리워하고 애착을 드러낸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보다 더 특별하고 비싼 재료의 음식을 먹는 현대인에게  엄마 표 ‘집 밥’에 대한 그리움이 끊이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코이노필리아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