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유진/디자인 이정선] 요즘에는 집에서도 얼마든지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우리가 굳이 영화관을 찾아가는 이유가 있다. 입구에서부터 반겨주는 고소한 팝콘 냄새, 시야를 가득 채우는 넓은 스크린, 심장을 울리는 풍부한 음향시설도 그 이유이지만, 특히 영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마련된 편안한 영화관 좌석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여기에서 영화관 의자들은 왜 대부분 빨간색인 걸까?

그 본격적인 이유를 알아보기 전에 빨간색 의자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있다. 먼저 빨간색이 예로부터 서양 상류층들이 사용하던 값비싼 염료이기 때문에, 상류층을 위한 공연 객석에 주로 사용되어 왔을 거라는 추측, 그리고 영화 시상식에서 배우들이 밟는 레드카펫에서 같은 색상의 좌석이 유래했다는 추측, 영화 시작 전 지루함을 느낄 관객들을 위해 시각적으로 화려한 색감을 제공하기 위해서라는 추측 등이 있다.

하지만 영화관 운영 측면에서 의자 색을 빨간색으로 채택한 이유는 따로 있다. 먼저 첫 번째로 빨간색은 ‘때가 잘 타지 않아서’이다. 영화관은 하루 종일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머무는 곳이다. 물론 직원들이 상영이 끝날 때마다 들어가서 청소를 하기는 하지만 여건상 바닥 청소 정도이고 좌석부분의 청결까지 챙기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 영화관 좌석은 시트가 더러워져도 세탁하거나 새로 교체하기 어렵다. 이때 만약 의자에 흰색 혹은 밝은 색상을 사용한다면 오염이 쉽게 눈에 띄어 관객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빨간색을 사용하면 좌석이 지저분하게 때가 타고 오염이 발생하더라도 티가 많이 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영화관 의자가 빨간색인 또 다른 이유는 빨간색이 ‘어두우면 잘 보이지 않는 색’이기 때문이다. 빨간색은 극장에 불이 켜져 있을 때는 쉽게 눈에 띄는 반면, 극장에 불이 꺼지면 어둠 속에 묻히는 특징이 있다. 앞서 말한 오염 문제 때문에 좌석을 온통 어두운 색으로 만든다면 극장에 처음 들어서서 자리를 찾아야 하는 사람들이 좌석을 찾을 때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반대로 밝은 색으로 한다면 처음에 자리를 찾기 쉬울 수 있어도 영화가 시작하고 암전이 되었을 때 좌석이 그대로 눈에 보이게 되어 시각이 분산되고 영화에 집중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불이 켜져 있을 때는 선명한 색으로 좌석을 찾기 쉽게 하고, 암전이 되었을 때는 최대한 눈에 띄지 않도록 빨간색이 사용되는 것이다.  

영화관 좌석 속에 숨겨진 두 가지 비밀. 평소 당연하게 느껴지던 영화관 좌석 속에 고객의 심리적 반응을 고려하고, 영화감상이라는 목적에 맞춰 색상을 정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이유를 알았다면, 영화관을 찾아 좌석을 이용할 때는 오염이 쉽게 눈에 띄지 않더라도 다음 관람객을 위해 청결하게 이용하는 관람 매너를 보여주도록 하자.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