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병용 / 디자인 김미양] 최근 터키의 화폐인 리라화가 폭락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하였다. 터키에 구금된 미국인 목사의 신병 문제로 촉발한 미국과 터키 양국의 감정싸움이 무역 전쟁으로 번지면서 미국이 터키산 철강과 알루미늄의 관세를 2배 인상했고, 이에 리라화의 가치가 연초 대비 40% 가까이 폭락한 것이다.

이에 터키 당국은 외환거래를 제한하는 등 신속한 조처에 나서면서 현재 리라화는 조금씩 진정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터키가 미국에 보복관세를 가하는 등 양국 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아직 세계 금융시장의 위협으로부터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 속에 세계 금융 전문가들은 터키에 발생한 금융 위기의 다음 타자는 아시아일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분석과 함께 현재 아시아를 ‘방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라고 말하고 있다.

‘방 안의 코끼리’란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 누구도 말하지 않는 커다란 문제를 말한다. 방 안에 코끼리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황당하겠지만 누구나 큰 문제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코끼리를 못 본 척,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다. 즉 세계 금융 전문가들은 터키발 금융 위기 사태의 다음 타자가 아시아 국가들임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 누구도 이야기 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방 안의 코끼리’가 발생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회사 상사가 싫어한다거나, 다른 모든 사람들이 반대한다거나 등과 같은 상황의 경우 괜히 언급했다가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 같은 불안감에 모른 척 묵인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긁어 부스럼이라는 생각으로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것이다.

‘방 안의 코끼리’는 현재 정치, 경제,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한편 지난 2016년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리며 촛불 집회를 불러온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도 ‘방 안의 코끼리’라고 볼 수 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란 지난 2016년 10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인 최순실 씨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보도되면서 알려진 사건이다. 당시 일반인이던 최순실 씨는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에 관여했다는 의혹 등 박근혜 정부의 국정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민심의 분노를 샀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탄핵을 당한 대통령이 되었다.

이를 두고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는 “국회의 일부 정치인들이 최순실의 존재를 몰랐을 리 없다”고 말해 해당 사건이 국회 내에서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쉬쉬했던 것임을 시사했다. 즉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가시화하지 않은 ‘방 안의 코끼리’였다.

이처럼 예상되는 문제를 모르는 척 묵인하고 있으면 곪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곪은 문제들은 언젠가는 터지게 되어있다. 특히 문제들이 오래 곪을수록 터졌을 때 그 파장은 더 크게 나타난다. 따라서 문제가 예상되면 그 즉시 조치에 나서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이는 세계와 국가를 넘어 개인에게도 해당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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