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기자 / 디자인 이연선] 장기기증은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앞두고 있거나 죽음에 이른 사람이 장기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사하는 너무나도 숭고한 행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장기기증 자체에 대해서는 이렇듯 좋은 일이라고 알고 있고, 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신체발부 수지부모’라는 유교 사상의 가르침에 따라 부모님이 주신 신체를 함부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누구도 알 수 없는 사후세계에 대한 걱정 때문에 막상 내 일이라 생각하면 꺼려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선진국에서는 장기기증문화가 점차 확산이 되고 있으며 이는 개인뿐만 아닌 국가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선진국은 과연 어떻게 장기기증이 이뤄지고 있을까?

세계에서 장기기증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스페인이다. 스페인은 인구 백 만 명 당 약 40명에 이르는 수치를 보이고 있는데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스페인의 의료시스템에서 장기기증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원래 우리나라처럼 1980년대까지는 그리 장기이식율이 높은 국가가 아니었다. 하지만 1989년 국가 장기기증 및 이식 담당 부서인 ‘ONT(Organcion National de transplants)가 설립되고 17개 자치주에서는 지역 차원에서 뇌사자 관리 병원에 대한 재정적 보상 등을 지원한다.

또한 장기기증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병원에는 의무적으로 장기기증 코디네이터를 두어 지속적으로 잠재뇌사자 발생 여부를 체크하고 의료진이 기증 전문가가 되도록 교육시스템을 운영한다. 이런 모든 비용은 국가에서 모두 부담하고 있어 10년 만에 인구 백 만 명 당 34명 수준의 뇌사 장기기증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

또한 스페인은 생전에 장기기증 의사를 ‘거부’하는 의사를 밝히지 않은 사람들을 모두 장기기증 대상자로 인정하는 옵트아웃(opt out)방식을 취하고 있어 장기기증율이 높아지는 효과를 얻었다. 이 방식을 채택한 국가는 스페인, 프랑스, 오스트리아, 아르헨티나 등이다.

장기기증율 2위는 미국이다. 미국은 장기기증율이 스페인보다는 뒤처지지만 가장 많은 수의 사람들이 장기를 기증하는 국가이다. 1년에 장기기증을 하는 숫자가 대략 1만 명에 다다르는데 옵트아웃 방식이 아님에도 매우 높은 수치다.

미국의 뇌사기증자가 많은 이유는 바로 OPO(Organ Procurement Organizations)라는 장기 구득(求得 구하여 얻다)기관의 활발한 활동 때문이다. 이 기관은 잠재뇌사자와 심장사기증자 발굴을 목표로 기증자 가족을 설득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DLA(Donate Life America)라는 비영리 시민단체는 미국인의 장기기증 문화의 확산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캠페인 등을 진행하고 있어 장기기증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개선하고 장기기증을 독려한다.

이처럼 미국은 장기구득 기관의 활동과 인식개선을 위한 DLA 등의 민간단체의 시너지로 많은 사람들의 장기기증 참여를 이끌고 있다.

대체로 프랑스 등 스페인처럼 장기기증에 대해 옵트아웃 방식을 채택한 국가가 장기기증율이 높았다. 이 방식을 채택하게 되면 전 국민이 잠재적 장기기증자가 되어 장기기증을 보다 보편적인 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 국가들의 문화, 종교가 상이하기 때문에 장기기증율과 기증자를 늘리기 쉬운 옵트아웃 방식만이 좋고 그렇지 않은 방식을 채택하는 국가는 나쁘다라고 말 할 수는 없다. 옵트아웃 방식이라도 거부를 하면 장기기증을 강제할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장기기증율은 백 만 명 당 11.3명이다. 이는 2003년 1.4명에 불과했던 것을 생각하면 꽤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장기이식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데 비해 장기기증자의 수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국가는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하여 장기기증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높일 수 있는 방안과 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제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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