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 디자인 이연선] 길거리에서 찐 옥수수를 사 먹어본 적이 있는가? 집에서 옥수수를 맹물에 쪘을 때와는 다르게 옥수수를 쪽쪽 빨아먹게 만드는 단맛이 있다. 바로 사카린의 맛이다.

사카린은 설탕 대비 무려 300배의 단맛을 자랑하는 합성 감미료로 설탕이 귀했을 당시 설탕의 대체재로써 큰 활약을 해 왔다.

사카린은 설탕보다 훨씬 강한 단맛을 낼 수 있어 음식을 할 때 적은 양으로도 충분한 맛을 낼 수 있고 몸에 거의 흡수하지 않고 배출되므로 열량이 거의 없어 당뇨병 환자들이나 비만환자들처럼 당 성분이 몸에 치명적인 사람들도 단 맛을 즐길 수 있는 그야말로 보배로운 감미료라 할 수 있다.

게다가 2015년에는 사카린이 항암에도 좋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는데 우리에게 사카린은 몸에 해로운 감미료의 인상이 크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1차 대전 전후로 유럽 국가들은 심각한 설탕 부족에 시달렸다. 유럽 국가들의 음식에서 설탕은 거의 필수적인 감미료였는데 전쟁으로 인한 사탕수수 수급이 원활하지 못하자 설탕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솟았고 이에 엄청나게 싼 가격으로 설탕의 자리를 차지한 것이 바로 사카린이었다.

사카린은 1960년대 중반까지 쓰이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대부분의 가공식품에 사용되었다.하지만 1970년대 캐나다 국립보건연구소 등이 동물실험을 통해 사카린의 섭취가 암을 유발한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카린은 순식간에 시장에서 사라져 버린다.

정말 사카린은 발암물질이었던 것일까?

결론은 ‘그렇지 않다’ 이다. 사카린의 발암실험 결과는 수컷 쥐가 방광암에 걸릴 확률이 20% 증가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쥐의 방광에 사카린을 직접 주사했다는 점과 그 양이 매일 제로 칼로리 콜라 50캔(17L)를 마신 양으로 어마어마했다는 점 등 무리한 실험과정이 있었고 하필 수컷 쥐만이 가지고 있는 특이한 단백질이 사카린과 반응해 방광염을 유발하는 등 조건이 매우 좋지 않았다.

이런 불합리한 조건으로 인해 도출된 연구결과는 사카린이 발암물질이라는 인식을 갖게 해 주었고 몸에 해로운 감미료라는 불명예로 오랜 시간 동안 소비자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그 기간 동안 사카린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어 왔고 숱한 실험 끝에 사카린은 무해한 물질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세계보건기구는 사카린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연구 결과를 채택하여, 1993년 일일 허용 섭취량을 종전보다 2배 늘렸으며 UN 산하 기구인 국제식품규격위원회(CAC)는 식품첨가물의 일반적인 사용 기준(GSFA)에서 식품군에 대한 사카린의 사용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1999년 국제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사카린을 발암 물질 항목에서 제외시켰으며, 2000년 미국 FDA는 즉시 발암성 가능 문구를 담은 라벨링 의무 조항을 철폐하였다. 그리고 2010년 미국 환경보호청(EPA)도 사카린을 인체와 환경 유해 물질 항목에서 삭제하여 사카린은 완전하게 발암물질이라는 오명을 벗어던질 수 있었다.

각종 실험을 통해 사카린은 발암물질이라는 오명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여러 곳에서 활발하게 사용이 재개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사카린은 대놓고 사용 할 수 없는 감미료이며 가정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제품이다.

이처럼 부정적인 이미지가 한 번 박혀 버리면 그 이미지를 떨쳐내는 것은 매우 쉽지가 않다. 사카린은 심지어 몇 십 년 동안을 그런 부정적인 이미지의 대명사로 불려 왔으니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과연 사카린은 자신의 억울한 이미지를 훌훌 던져버리고 다시 과거처럼 그 위용을 떨칠 수 있을까? 건강을 중시하게 된 현대에 사카린이 다시 각광을 받을 수 있을지, 아니면 그 안 좋았던 과거 이미지에 그대로 묻혀버릴지 중요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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