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스웨덴에서 좋은 인식 속에 무려 5대째 이어져 오는 대기업이 있다. 오스카 발렌베리 전 회장이 1856년 스톡홀름 엔스킬다 은행(SEB·Stockholm Enskilda Bank)을 창업한 이후 발렌베리 주니어 회장이 현 수장이 될 때까지 약 160년간 이어져 온 발렌베리 그룹.

에릭손. 일렉트로룩스, 사브(SAAB) 등 수십 개의 상장/비상장사를 거느리며 연매출 250조원, 그룹 소속 직원만 60만 명에 달하며 스웨덴 국민 총생산의 30%, 주식시장 시가 총액의 40%를 차지하게 된 발렌베리 그룹의 기치는 무엇일까?

발렌베리 그룹 초대 회장 '오스카 발렌베리' [사진/위키피디아]

후계자도 예외는 없다...평사원부터 시작하는 경영수업

발렌베리는 전형적인 가문 경영 형태로 무려 5대째 이어져 왔고 6세대 후손들 역시 경영수업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 가문 경영 대기업의 경우 편법/불법/불합리 등으로 얼룩지기 일쑤이지만, 발렌베리는 철저한 가문 경영으로 이 점이 오히려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발렌베리는 기업 경영을 맡을 후손들에게 원리 원칙이 중심이 되는 경영 수업을 진행한다. 자신들의 부를 물려주는 것이 아닌 오랫동안 이어져 오는 경영 방식과 기업인으로서의 마인드를 뼈 속 깊이 가르치는 것으로, 후계자 역시 미리 정해두는 것이 아니라 업무와 경영능력 평가 후 결정된다. 특히 적당한 견제와 균형을 위해 후견인은 언제나 두 명으로 세우는 점도 돋보이는 방침 중 하나다. 

현재도 발렌베리의 6세대 후손 예비 경영자들이 회사 일의 일부를 배우고 있는 상황으로 이에 대해 현 발렌베리 주니어 회장은 “후계자는 미리부터 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에 들어와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결정되는 것”이라며 “나 역시 발렌베리 계열사인 그랜드 호텔 등에서 일하며 가문에 관심을 가졌고 시간이 흐르니 이 자리에 오르게 됐다”고 말했다.

[사진/EBS 방송화면 캡쳐]

개인 지분 독과점 없이 ‘재단’ 소속 지분 관리

발렌베리 그룹의 지분구조를 보면 그 꼭대기에 발렌베리 재단(foundation)이 있다. 발렌베리 재단이 중간지주사인 인베스토르(Investor)와 팜(FAM)을 지배하고, 그 인베스토르와 팜은 또 각각의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보통 국내의 경우 그룹 총수 일가의 ‘누군가’가 최대 주주가 되어 경영을 하고 부를 축적하는데, 발렌베리는 여기서 오는 불합리/부정을 막기 위해 개인이 아닌 재단에 지분을 부여하고 개인이 좌지우지 하는 일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즉 창업주 일가라 해도 개인 지분은 없고 재단 소속 지분을 통해 그룹을 총괄하는 자리를 이어받는 구조인 것. 이러한 점들은 스웨덴 내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찬사를 받고 있다.

이익금의 80%를 사회공헌...진정한 사회적 기업

발렌베리 그룹이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고 본보기로 삼아지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사회 환원에 앞장서기 때문이다. 발렌베리는 재단에 들어오는 이익금의 무려 80%를 사회공원 활동에 쓰도록 하고 있다. 자국민의 열렬한 성원과 그로 인한 이익을 자신들의 것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것으로 판단하는 부분으로 도덕적으로 뛰어난 기업임을 알 수 있다. 이는 이상 속에서나 존재 할 법한 기업의 경영 방식으로 이를 이렇게 적극 실천하는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기치 속에 발렌베리는 수십 개에 달하는 자회사들이 올려 보낸 배당수익의 20%만 계열사 내에 재투자하고 나머지 80%는 과학기술, 의료, 대학 연구 사업 등 사회적 비용에 적극 사용하면서 국가와 국민 그리고 발렌베리가 함께 상생하는 경영을 하고 있다. 이렇게 발렌베리 가문이 연구비 명목으로 지급하는 액수만 매년 2억4,000만 달러(약 2,7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웨덴 내 발렌베리 가문 대저택 [사진/나무위키]

이처럼 발렌베리 그룹은 부의 되물림이 아닌 기업의 정도를 지키는 가문 경영으로 무려 160년간 국민적 기업으로 성장해왔다. 적극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스웨덴 정부와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국민기업 발렌베리. 그들의 기업정신이 전 세계 경영가에 귀감이 되어 모든 기업이 이윤 창출과 부의 축적에 혈안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사회적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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