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유진 / 디자인 최지민] 올해 1월, 미국 시애틀에 물건을 담고 그대로 나가기만 하면 신용카드로 자동 결제되는 세계 최초 무인점포 시스템 ‘아마존 고’가 문을 열었다. 동시에 계산대와 계산원이 필요 없는 첨단 기술의 활약이 전 세계적 이슈가 됐다. 그리고 최근 국내에서도 점원을 대신한 인공지능이 소비자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며 리테일테크 시대의 막이 올랐음을 보여주고 있다.

리테일테크란 소매, 소매점을 뜻하는 리테일(Retai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마트나 편의점 등 다양한 유통산업에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것을 말한다. 리테일테크는 고객 데이터 분석, 검색 및 가격 비교, 제품 추천, 결제 방식에서부터 매장 관리, 물류 및 택배, 마케팅 등에 이르기까지 상품 판매와 관련된 모든 분야에 걸쳐 활용된다.

이처럼 리테일테크가 각광받는 배경에는 시대 흐름의 요구가 반영되어 있다. 과거 소품종 대량생산 방식은 소비자의 개성과 요구가 다양해짐에 따라 점차 다품종 소량 생산 방식으로 변화했다. 이에 기업들은 고객 맞춤형 판매 방식을 운영하기 위해 인력을 투입해 서비스 산업에 투자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불필요한 점원의 접촉을 부담스러워하는 고객들의 성향이 증가했고, 이에 사람이 아닌 첨단 인공지능이 고객을 맞춤형으로 응대하는 시스템, 리테일테크가 탄생한 것이다.

현재 리테일테크의 발전 단계는 사물인터넷 센서와 인공지능이 결합해 매장에 들어온 고객의 동선과 행동을 측정하고 니즈를 파악하는 것까지 가능해진 단계이다. 대표적인 리테일테크 활용 사례로는 인공지능(AI) 상품 추천 서비스가 있다. 이때 인공지능은 챗봇의 형태로 도입돼 소비자의 구매 활동을 지원하는데, GS25의 ‘지니’, 롯데홈쇼핑의 ‘샬롯’, 더현대닷컴의 '헤이봇'이 그것이다. 이들은 소비자와 대화를 통해 니즈를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상품을 추천하거나 쇼핑의 편의성을 높이는 ‘지능형 쇼핑 어드바이저’로 활약한다.

다음으로 소비자가 물건을 고를 때 증강현실(AR) 기술도 이용된다. 현대백화점의 ‘가상 메이크업 서비스’는 직접 상품을 발라보지 않고도 자신과 어울리는지 화면으로 확인해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서비스는 현재 8개 화장품 브랜드를 시작으로 향후에는 20여 개 브랜드로 확대될 계획이다.

또 첨단 기술을 활용하면 상품 결제도 편리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진다. 컨베이어 벨트에 상품을 올려두기만 하면 자동으로 바코드를 인식하고 결제까지 이루어지는 시스템은 물론, 혈관의 굵기와 정맥의 모양으로 본인을 확인하고 결제하는 ‘핸드페이’ 기술도 계산원의 역할을 대신한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이 언제나 긍정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듯, 리테일테크에도 문제점은 제기되고 있다. 미래에 리테일테크가 널리 활용되면 그만큼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늘어나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첨단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면대면 접촉과 상호 교류가 줄어들어 기계화된 삭막한 삶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편리함을 찾는 인간의 요구와 시장 논리에 따라 리테일테크는 세계적으로 더욱 확산될 것이다. 유통 전문가들은 앞으로 리테일테크를 적극 활용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에 적지 않은 격차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고, 국내외 유통 기업들은 앞다퉈 전통적인 방식의 리테일 시장에서 벗어나 리테일테크에 주목하고 있다. 앞으로 첨단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한편, 마치 복고를 찾는 유행처럼 언젠간 리테일테크 속에서 인간의 손길을 그리워하는 시대도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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