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정지원 / 디자인 최지민] 이상하게 만나기만 하면 힘이 쭉 빠지게 하는 친구. 실컫 고민을 들어줬는데 왠지 모르게 내가 기분이 상하는 친구. 혹시 이런 친구를 뒀다면 그들을 피하는 것이 좋다. 그들이 바로 ‘에너지 뱀파이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정신과 교수인 주디스 올로프가 처음 사용한 단어 ‘에너지 뱀파이어(energy vampire)’는 타인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빨아먹듯이 은근히 상대를 지치게 만드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뱀파이어’가 인간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점과 유사해 뱀파이어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정서적으로도 좋은 기분을 빼앗아가기 때문에 정서적 뱀파이어(emotional vampire)라고도 한다.

올로프 교수에 따르면 에너지 뱀파이어에게 시달린 사람은 피로감을 느끼고 기분이 불쾌하거나 우울해질 수 있다.

에너지 뱀파이어는 크게 다섯 가지의 타입으로 구분된다. 첫 번째 유형은 ‘자기도취형(The Narcissist)’이다. 이 유형의 사람은 타인보다 자신이 우선적이어서 모든 것을 자신과 관련지어 생각하고 여러 사람으로부터 관심을 독차지하려 한다. 그래서 이 유형의 사람이 원하는 방식대로 반응해주지 않으면 단숨에 차가운 태도로 돌변해 기분이 상할 수 있다.

두 번째는 ‘피해자형(The Victim)’이다. 이 유형은 항상 자신에게 부족한 점이 있다고 여겨 해결책을 제시해도 듣지 않는다. 때문에 주변에서 넋두리를 들어주던 사람도 처음엔 이야기를 들어주다가 이내 지쳐나가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타인으로부터 “어차피 아무런 해결책도 안 들을 거라면 왜 얘기하는 거지?”라는 분노까지 느끼게 만들거나 좌절감을 느끼게 한다.

다음으로 세 번째 ‘통제자형(The Controller)’은 타인을 자신의 방식대로 통제하려고 시도한다. 그리고 타인이 어떻게 반응하고 느끼고 말해야 하는지를 답을 정해놓고 강요한다. 예를 들면 “이건 화낼 일이 아닌데 대체 왜 화를 내는 거지?”라는 식으로 타인의 감정을 헤아리지 않고 자신의 기준만을 중요하게 여긴다. 따라서 이 유형의 사람과 대화를 하면 무시당하거나 존중 받지 못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아 불쾌할 수 있다.

네 번째 유형은 ‘끊임없는 수다꾼형(The Constant Talker)’이 있다. 이 유형은 자신의 이야기만 지나치게 늘어놓기 바쁘다. 자신에게만 관심이 있다는 점에서 첫 번째의 자기도취형과 비슷하기도 하지만 다른 점이라면 남들의 반응과는 관계없이 자기 할 말만 한다는 점이다. 이런 사람과 대화하게 되면 벽에다 대고 말하는 기분이 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유형은 ‘엄살대장형(The Drama Queen)’인데 사소한 일을 엄청나게 큰일인 것처럼 과장해서 이야기하는 사람이 이에 해당한다. 영어로는 ‘드라마 퀸’ 유형이라고도 하는데 이런 타입이 주변에 있으면 굉장히 피곤해질 수 있다. 얘기만 듣고는 큰일인 줄 알고 걱정했다가 결국 알고 보니 별 일이 아닌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뱀파이어로부터 긍정적인 에너지를 빼앗기지 않고 기분이 상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에너지 뱀파이어처럼 보이는 사람을 가능한 한 피하는 것이다. 만약 피할 수 없다면 불쾌한 말이나 행동에 ‘저 사람은 에너지 뱀파이어구나’ 하고 넘겨야하고, 그 사람의 독단적인 태도에 휩쓸려 지나치게 감정을 소모하지 말아야 한다. 에너지 뱀파이어는 그 사람이 원래 가지고 있는 기질이 나타나는 것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가 변화하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에너지 뱀파이어에게 대처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스스로 그런 사람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혹시 누군가와의 인간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이 꺼려지고 지친다면 한 번쯤 되돌아보자.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지는 않은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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