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병용 / 디자인 김미양] 조선 5대 궁궐인 경복궁, 경희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과 보물 제182호 안동 임청각, 사적 제298호 남원 읍성 북문, 사적 제388호 강릉 대도호부 관아 등의 문화재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일제 강점기 당시 일제에 의해 훼손되거나 파괴되어 현재 일부 복원되었거나 복원 중인 문화재들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훼손된 문화재를 대상으로 오래전부터 복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리고 얼마 전, 기분 좋은 소식 하나가 들려왔다. 지난 6월 20일, 문화재청이 국내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석탑인 전북 익산 미륵사지 석탑의 복원을 20년 만에 마무리했다는 것이었다.

백제 후기 무왕 40년(639)에 건립된 익산 미륵사지 석탑은 전라북도 익산시 금마면 기양리의 미륵사지에 있는 높이 14.24m의 화강석 석탑이다. 이 석탑은 국보 제11호이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을 대표하는 석탑 중 하나로, 현재 창건 시기가 명확하게 밝혀진 석탑 중 가장 오래된 석탑이다.

익삭 미륵사지 석탑은 본래 9층으로 추정되나 미륵사의 황폐화와 벼락에 맞는 등의 사건으로 인해 원형이 훼손되면서 6층까지만 남게 되었다. 이후 일제 강점기인 1915년 일본이 훼손된 부분을 콘크리트로 덧씌워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남게 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시간이 흘러 우리 정부는 익산 미륵사지 석탑의 해체/보수 작업을 계획했지만, 당시 기술과 복원 방식 등의 문제가 있어 착수하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1998년, 석탑의 안전 진단 결과 위험 판정을 받으면서 이듬해 해체/보수 작업이 확정되었다.

우선 2001년 석탑 현황 기초조사와 고유제 실시를 시작으로 2010년까지 10년에 걸쳐 해체 및 발굴조사, 사리장엄구 등 유물을 수습했다. 이 과정에서 치과용 치석 제거 드릴을 이용해 3년에 걸쳐 일제강점기 때 덧씌워진 콘크리트 185t을 제거했다.

이어 2011년 석탑의 보수설계를 시작으로 수습유물의 조사/분석, 석탑 보수공사 착수, 석탑 조립, 사리 봉안 등의 과정을 거쳐 석탑 복원을 진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옛 부재의 81%를 재사용하고, 기단이 물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신재로 보강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문화재청은 12월까지 석탑 외부에 설치된 가설시설물 철거 및 주변 정비를 완료하여 내년 3월 석탑 수리 준공식을 개최하고, 5월 석탑 수리보고서 발간 및 사업 종료를 선언할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미륵사지 석탑 보수정비는 단일문화재로는 최장 기간을 기록했고, 국제적 기준에 따라 학술조사와 해체/복원 과정을 충실히 이행했다는 점에서 석조문화재 수리의 선도적 사례라는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아픈 역사를 뒤로하고 새로이 본래의 모습을 드러낸 익산 미륵사지 석탑은 고대의 목탑에서 석탑으로 변환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고대 건축의 실제 사례로서 우리나라 불탑건축 연구에 매우 중요한 문화재로 평가받고 있다. 20년 만에 복원을 마친 1300년 역사의 미륵사지 석탑. 앞으로 잘 보존해 1000년을 대표하는 우리나라 대표 석탑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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