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병용] 지난 시간에는 한국 최연소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전 유도 국가대표 김재범 코치가 당시 어떤 마음가짐으로 운동에 임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이번 시간에는 현재 한국 마사회 소속 유도 코치이자 ‘김재범 유도 체육관’을 운영하는 그가 후배를 양성하는 지도자의 길을 걸으며 느끼는 생각에 대해 들어보자. 

PART 2. 곁에서 기다려주는 지도자

[사진_김재범 코치 제공]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남을 가르치는 거 사실 좋아하지는 않아요. 그만한 부담을 가져야 하니까요. 누군가를 가르쳐서 그 사람이 발전하는 데 있어서 저의 역할이 큰 거잖아요. 남의 인생에 영향을 끼친다는 건데 이거 사실 굉장히 부담스러웠어요. 그래도 평생 유도를 배웠으니까 유도를 가르치는 것만큼은 열정적으로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유도를 가르치게 됐어요. 

-체육관을 운영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마사회 선수들이야 워낙 국가대표급 선수들이라 제가 처음부터 가르치는 경우는 없어요. 하지만 유도관은 평생 유도를 처음 시작하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거든요. 처음부터, 그러니까 낙법부터 내 그림으로 그 아이들을 그릴 수가 있어요. ‘백지상태의 아이에게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유도의 색을 입혀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어요.

[사진_김재범 코치 제공]

-그렇다면 김재범 코치는 어떤 체육관을 운영하고 싶으세요?

요즘 놀이 문화가 접목된 체육관이 많더라고요. 정통 체육관이라고 보기 힘든 곳도 많고요. 그래서 저는 정말 운동을 하는 곳, 예의를 지키는 곳, 이곳만큼은 절제가 되는 곳. 이런 걸 강조하며 정통 유도를 가르치는 곳을 운영하고자 하고 있어요. 

-그렇군요. 지도자로서 선수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포기하지 말라고 해요. 포기는 끝까지 노력한 자에게 주어지는 특혜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싸우라고요. 지더라도 후회 없는 시합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모든 대회는 올림픽에 대한 연습 경기다”라고 표현을 합니다. 

-만약 유도에 한계를 느끼는 아이가 있다면 무슨 말을 해주나요?

답은 나와 있는데 풀리지 않는 문제라면 공식이 잘못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분명히 푸는 사람은 풀잖아요. 운동도 마찬가지예요. 그리고 운동은 속일 수가 없는 게 ‘땀’이 있거든요. 그런데 이 땀을 허투루 흘린 건지, 진짜로 흘린 건지, 그리고 스스로 한계를 정해놓고 한계에 부딪혔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대부분은 스스로 정해놓은 틀에 부딪힌 거예요. 하지만 한계는 정해놓는 게 아니에요.

[사진_김재범 코치 제공]

-좋은 말이네요. 현역 선수 시절 자신에게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인가요?

80점이요. 지나고 나면 항상 부족함이 느껴집니다. ‘리우 올림픽’ 당시 마지막까지 도전하지 않았다는 것이 큰 것 같아요. 제가 “이제 그만 할게요”라고 했을 때, 누군가 “아니야. 져도 되니까 한 번만 더 해봐” 아니면 “잘할 수 있을 거야”라고 이야기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데 옆에서 “그래. 너만큼 했으면 많이 한 거야” 이러니까 제가 여기에 한 번 더 무너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쉬움이 더 크게 남아요. 내 평가를 다른 사람에게 맡겼던 게 가장 큰 실수였던 것 같아요.

-그럼 현재 코치로서는 몇 점을 주고 싶나요?

코치로서는 90점이요. 지금 이 일에 있어서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이리저리 정말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거든요. 물론 지금은 90점이지만 세월이 지나면 이것 또한 점수가 내려가겠죠. 무조건 부족한 게 나올 테니까요. 그래서 더 뛰어다니는 것 같아요. 후에 느낄 부족함을 조금이라도 줄여보자고요.

[사진_김재범 코치 제공]

-그렇군요. 김재범 코치에게 ‘금메달’이란 무엇인가요?

금메달은 제 인생의 디딤돌이에요. 금메달은 제2의 인생을 살게 해주는, 남들보다 뭘 해도 조금 더 빨리 올라가게 해주는 디딤돌 역할을 해줄 뿐이에요. 금메달을 땄다고 해서 제 인생이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대학에 강의도 설 수 있고, 밥도 잘 먹을 수 있고, 가족들을 잘 보살필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디딤돌이라고 생각해요.

-노력과 함께 스스로 만든 디딤돌이네요. 앞으로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으세요?

저는 기다려주는 지도자가 되고 싶어요. 아이들이 힘들어하거나 잘 못 따라올 때 재촉하기보다는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싶어요. “너는 왜 지금 당장 못해”가 아니라 이 아이가 이해됐을 때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는, 곁에서 항상 기다려주는 소나무 같은 지도자가 되고 싶어요.

[사진_김재범 코치 제공]

-시선뉴스 독자 여러분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오랜만에 인터뷰를 하면서 앞으로 제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시선뉴스에서 만들어 주신 것 같아요. 너무 감사합니다. 요즘 너무 더운데 독자 여러분도 건강 주의하시고 여름 잘 나시길 바랄게요. 시선뉴스 정말로 많은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싸우라고 강조하며 자신 또한 후에 느낄 부족함이나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더 줄이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한다는 김재범 코치. 그가 걸어온 길과 그 속에 스며든 땀들이 그의 열정을 증명하고 있다. 그런 그가 육성하는 아이들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유도 국가대표로서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날이 머지않은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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