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정지원 / 디자인 이연선] 회사 동료나 친구, 모임과 같은 여러 인간관계에서 모바일을 통해 단체 채팅방에서 대화를 나누는 일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여러 사람이 대화하다보면 가끔 채팅 공간에서 자기 할 말만 하는 사람들을 발견할 때가 있을 것이다. 이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대화 방식을 ‘집단적 독백’이라고 한다.

집단적 독백은 대화에서 상대방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거나 상대방이 듣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혼자 중얼거리는 독백을 말한다. 집단적 독백을 하는 사람은 혼자 중얼거리기도 하지만 상대방과의 대화에서 벗어난 말을 하거나 자기 할 말만 하기도 해서 원만한 의사소통을 이루지 못한다. 그 결과 종종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기도 한다.

집단적 독백은 스위스의 심리학자 피아제가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자기중심적 언어 중 하나로 정의된다. 자기중심적인이라는 특징 때문에 일반적인 대화에서 이루어지는 ‘주거니 받거니’의 상호 작용이 이루어지지 않고, 자신의 생각만 표현하는 일반적인 소통 형태에 해당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집단적 독백의 습관을 가진 사람과 대화하면 소위 ‘벽에다 대고 말하는 듯’ 한 기분이 들 수도 있다.

사실 집단적 독백은 3~4세 유아기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이 시기 유아들은 인지를 발달, 확장시켜 나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인지 능력이 부족하고 복잡한 사고를 하고 표현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 그래서 상대방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거나 적절하게 대답하지 않는 특징을 가진다.

이런 점에서 이 시기의 유아들의 대화는 “너 호랑이 봤어?”라는 물음에 “우리 형은 멋있어”라는 엉뚱한 대답으로 이루어지는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이는 3~4세 유아기에서 나타나는 당연한 과정일 뿐, 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타인에 대한 인지 능력이 증가하면 자연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문제는 최근의 경우 다 성장한 성인들에게서도 집단적 독백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여러 단계의 사회화를 거친 성인의 집단적 독백은 단순히 잘못된 대화 습관에서 더 나아가 사회적 기술 부족으로 여겨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화에서 주로 자신의 말을 많이 늘어놓는데다 상대방을 잘 경청하지 않는 편이라면 집단적 독백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대화 방식을 개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개인주의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문화가 증가하고 있는 요즘, 대화에서마저 자신 밖에 모르는 ‘집단적 독백’은 원활한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에 장애물이 된다. 게다가 한 개인이 소외되면 그 개인이 속해 있는 집단의 결속력도 약해질 수 있다.

‘독백’의 반대말은 ‘대화’라고 할 수 있다. 자기중심적인 ‘집단적 독백’에서 벗어나 ‘집단적 대화’가 활발히 이루어지지는 사회일수록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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