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현금인출 이용의 편의성을 돕는 현금자동입출금기 ATM.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이 ATM기기들에는 매일 어마어마한 현금의 입/반출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를 맡아서 관리하는 업체를 현금수송업체라 칭한다.

필자의 경우 군 제대 후 현금수송업체에서 근무해 본 결과 실제 평생 만져볼 수 없을 정도의 현금을 매일 접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근무하면서 느끼는 한 가지 생각. 대다수의 근무자가 일하면서 보고 만지게 되는 현금을 종이 보듯 하지만, 만약 누군가 그 막대한 현금에 욕심을 낸다면 큰 도난 사고로 비화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우려였다. 그래서 대다수의 현금수송업체는 3인 1조 근무 체제와 두터운 보안 시스템 등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범죄자의 욕심은 원천적으로 막지는 못해 간혹 도난 사건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사진은 본 사건과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지난 7일 충남 천안에서 ‘현금 2억 원’을 훔쳐 달아난 현금수송업체 직원의 행방이 나흘째 오리무중이라 비상에 걸렸다. 경찰이 해당 직원의 연고지 등에 형사를 보내 소재를 파악하고 있지만, 용의자가 휴대전화를 끊고 잠적해 추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 7일 오전 8시47분경에 발생했다. 현금수송업체 직원인 32살 정 모 씨는 동료 직원 2명과 함께 현금 2억 3000만 원을 싣고 관리 하에 있는 ATM기계에 현금을 채우러 가는 길이었다. 그렇게 천안시 서북구의 한 대형마트 주차장에 도착해 동료 직원 2명이 ATM에 현금 3000만 원을 채우러 간 사이, 욕심에 사로잡힌 정씨는 차량에 남아 있던 현금 2억 원을 들고 달아났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치밀한 계획 하에 이번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현금을 훔친 뒤 도주에는 미리 준비한 자신의 승용차를 이용했는데, 이를 위해 정씨는 범행 전날인 6일 오후 10시쯤 대형마트 주차장에 자신의 차량을 미리 주차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가 도주 차량을 주차해 둔 곳은 평소 현금수송 차량이 주차하는 공간과 멀지 않은 자리였다. 또 범행 이틀 전인 지난 5일부터 휴대전화 전원을 끄기도 하고 ‘금고 열쇠 2개를 각각 보관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기고 자신이 열쇠를 모두 갖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TM에 현금을 채우고 돌아온 직원 2명은 정씨와 현금 2억 원이 사라진 것을 보고 놀란 것도 잠시, 돈을 들고 달아난 정씨에 대해 회사에 보고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2시간 20여분이 지난 오전 11시 10분이 돼서야 경찰에 신고를 했고, 이때는 이미 정씨가 범행 장소인 천안을 벗어난 시각이었다. 업체 측은 “직원들의 보고를 받고 회의를 거쳐 신고하느라 시간이 지체됐다”고 경찰에 진술한 상태다.

경찰은 폐쇄회로TV를 통해 정씨가 아산시 둔포면을 지나 경기도 평택 방면으로 달아난 것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정씨의 차량은 범행 장소와 25㎞가량 떨어진 둔포면을 마지막으로 추가 이동 경로가 확인되지 않고 있어 사건의 실마리는 오리무중인 상태다. 이에 전국으로 정씨 차량을 수배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고, 추가로 정씨가 해외로 도피할 것을 차단하기 위해 출국을 금지한 상황이다.

경찰은 정씨가 CCTV가 없는 한적한 도로나 산길 등에 차량을 버리고 택시를 타거나 걸어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차량의 번호판을 바꿔 달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 중이다. 경찰은 그가 평택 인근에 은신하고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막대한 돈에 대한 욕심으로 직업정신을 위배하고 양심을 속인 뒤 미궁 속으로 사라진 용의자 정씨. 그가 훔친 2억 원이라는 돈은 그가 앞으로 살아갈 평생의 인생보다 결코 중요하지 않다. 이러한 점을 절실히 깨닫고 자수해 자신의 행동에 대한 처벌을 받고 당당히 인생을 살아가길  바란다. 이와 함께 막대한 현금을 관리하는 현금수송업체는 직원들에 대한 윤리적인 교육과 직업정신 함양, 그리고 안전한 시스템 고안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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