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0] 한국 유도 ‘그랜드 슬램’ 김재범 코치, “슬럼프는 좋은 징조”  - 시선뉴스
[인터뷰360] 한국 유도 ‘그랜드 슬램’ 김재범 코치, “슬럼프는 좋은 징조” 
[인터뷰360] 한국 유도 ‘그랜드 슬램’ 김재범 코치, “슬럼프는 좋은 징조” 
  • 보도본부 | 김병용 기자
  • 승인 2018.08.04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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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뉴스 김병용]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것을 ‘그랜드 슬램(Grand Slam)’이라고 한다. 한평생 하나의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힘든데, 4개의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하며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선수가 있다. 바로 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 게임, 아시아 선수권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유도 역사상 두 번째이자 최연소로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전 유도 국가대표 김재범 코치의 이야기이다. 현재는 지도자로 전향해 후배 양성에 힘쓰고 있는 그가 당시 어떤 마음가짐으로 운동에 임했는지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PART 1. 죽기 살기 아니면 죽기로 하라

[사진_김재범 코치 제공]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유도 선수였다가 이제는 코치로 전향해서 지도자 활동을 하고 있는 김재범입니다. 

-유도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초등학교 때 학교 앞에서 운동부에 들어오면 빵하고 우유를 사준다고 하길래 그게 먹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하하. 그래서 운동부에 들어가게 됐고, 유도, 배드민턴, 육상 이 세 가지 운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세 개의 종목 중 유도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중학교 진학 당시 유도부에 들어가면 공납금이 면제된다고 해서 유도로 진로를 선택하게 됐어요. 그런데 사실 어디 가서 얘기하기를 전 유도랑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해요. 제가 타고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힘이 타고나지도 않았거든요. 그래서 이런 단점들을 보완하기 위해서 어떻게든 이기는 유도를 하다 보니까 ‘지지 않는 유도’가 탄생하게 된 것 같아요. 

[사진_김재범 코치 인스타그램]

-그러셨군요. 한국 최연소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어요. 당시 기분이 어땠나요?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고 해서 특별하지는 않았어요. 왜냐하면 제 목표가 ‘그랜드 슬램’은 아니었거든요. 제가 어릴 때부터 매일 일지를 썼는데 당시 제일 뒤에 모든 대회들 명칭을 다 적어놨었어요. 그리고 금메달을 딸 때마다 하나씩 지워나갔는데, 적힌 모든 경기를 지우는 게 목표였어요. 

-그렇다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런던 올림픽’을 지울 때는 어떤 기분이었나요?
너무 좋았지만 사실 ‘2012 런던 올림픽’은 금메달 딸 줄 알고 갔어요. 그 정도로 준비를 많이 했거든요. 자만하지 않고 실수하지 않으면 무조건 이긴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때 부상이 있었지만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정말 열심히 훈련해 놓은 마일리지 포인트를 그때 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진_김재범 코치 제공]

-엄청난 연습을 했다는 게 느껴지는데, 현역 당시 어떤 마음가짐으로 운동에 임했나요?
‘피하지 못하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는데, 저는 솔직히 ‘피하지 못하면 버텨라’라고 생각해요. 엘리트 체육 하면서 즐기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저는 즐기면서 운동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남들과 똑같이 운동을 하고서 남들 이상의 성적을 원한다? 이거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이런 마음가짐으로 운동을 했었어요. 

-그렇게 치열하게 운동을 하다 보면 슬럼프가 올 것 같은데, 그럴 때는 어떻게 극복했나요?
슬럼프는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내가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온 거잖아요. 열심히 노력해서 온 슬럼프를 미워한다? 아니죠. 저는 슬럼프는 열심히 노력한 자에게만 오는 좋은 징조라는 생각으로 슬럼프를 극복해나갔어요.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슬럼프가 안 오거나 운동을 한 뒤에 내 몸에 힘이 남아있으면 기분이 안 좋아져요. 열심히 한 게 아니기 때문에. 

[사진_김재범 코치 인스타그램]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부상으로 은퇴를 했을 때 당시 심정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사실 저는 항상 부상이 있는 선수였기 때문에 부상 때문에 은퇴한 건 아니에요. 저는 스스로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연달아 금메달을 못 따고 세 번 지면 은퇴해야겠다. 그런데 그 세 번이 와버렸어요. 그래서 몸이 아픈 것도 있었지만 제 스스로의 약속 때문에 은퇴를 결정했어요.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유도로 정상도 찍어보고 나아가 안 될 때까지 해봤으니까 미련 없이 사회에 진출해서 조금이라도 빨리 적응하고 싶었어요. 

-그렇군요. 그럼 혹시 유도 말고 하고 싶었던 다른 운동이 있나요?
저는 육상도 하고 싶었어요. 제가 달리기를 잘하거든요. 태릉선수촌에서도 복싱부나 저랑 비슷하게 뛰었지, 나머지 부들은 저를 못 이겼어요. 전체 부가 산을 뛰는 훈련이 있는데 그중에서 81kg급인 제가 1등이었어요. 물론 당연히 육상부는 없었어요. 육상부랑 같이 뛰면 제가 안 되죠. 하하. 그래서 아마 제대로 배웠으면 육상도 괜찮지 않았을까 생각해봐요.

-그렇다면 유도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스피드가 좋은 아이, 기술력이 좋은 아이, 근력이 좋은 아이 등 각자가 가진 능력이 다른데 이런 것들을 필요한 순간에 잘 사용할 수 있는 머리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유도는 사람과 사람이 싸우는 운동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노력 없이는 아무것도 안 되고, 안 되는 것도 노력만 하면 무조건 된다고 생각해요.

[사진_김재범 코치 인스타그램]

-전국의 금메달리스트를 꿈꾸는 유도인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많은 분들이 도전을 하고 넘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가 배운 낙법이라는 건 경기에서만 쓰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쓸 수 있거든요. 넘어졌다고 해서 그냥 누워있지 말고 낙법 잘 배웠으니까 다시 잘 일어나기를 응원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상태가 금메달감이 맞는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되물어봤으면 좋겠어요. 제가 예전에 런던에서 했던 ‘죽기 살기 아니면 죽기로 하라’는 말처럼 죽을 정도로 노력했다면 못 이길 경기가 없을 것 같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매순간 최선을 다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며 국민에게 기쁨과 희망을 안겼던 김재범 코치. 그는 현재는 지도자로 전향해 제3의 ‘그랜드 슬래머’ 양성에 힘쓰고 있다. 다음 시간에는 그가 지도자로 들어선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은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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