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현정] 신 한류 문화의 바람의 부는 곳이 있다. 바로 ‘산후조리원’이다. 산후조리원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있다고 한다. 세계 최저 출산율을 보이는 한국이지만 출산 후 머무는 산후조리원만큼은 성행 중이라니 참 아이러니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전국에는 약 400여 개의 산후조리원이 성업 중이고, 가격은 최소 64만 원에서 최대 1천 2백만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 산후조리원을 방문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다. 최근 산모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있는 서울 강남의 A산후조리원은 가격이 550만 원부터 750만 원까지 나뉘어 있다. 유명 연예인이 찾았다며 광고하고 있는 강남의 B산후조리원은 일반실이 550만 원, 특실은 720만 원, VIP실은 무려 1050만 원에 달한다. 심지어 2000만 원 수준에 육박하는 산후조리원도 있다. 마치 산후조리원의 룸이 가격별로 등급이 나뉘면서 임산부들 사이에 계급이 형성되는 것 같다.

▲ pixabay

더욱 큰 문제점은 이렇게 천차만별인 가격과는 달리 제공되는 서비스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 산모 마사지와 임산부 요가, 좌욕 서비스 등으로 구성되는데, 유명 전문가가 지도해 준다거나 전문의가 회진을 돌며 관리를 해 준다는 식으로 가격을 부풀리고 있다. 또 무료 임산부 만삭 기념앨범 제공과 아기들 장난감인 모빌업체를 불러 제품설명회를 열어 끼워 팔기 상술도 벌이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산후조리원의 가격은 제 멋대로 일까. 일단 여기에는 정부의 방관에 책임이 크다. 2005년에야 모자보건법이 개정되면서 산후조리원이 국가의 관리 영역에 들어올 정도로 공공의 대처가 늦었고,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최근에야 산후조리원 표준약관을 제정했다.

2012년 2월부터 정부는 소비자의 산후조리원 이용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산후조리원 이용요금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면제해주면서 가격 인하를 유도 했고,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산후조리원 관리강화 대책을 내놓고 이용요금 등을 산후조리원 홈페이지와 출입구 등에 게재토록 규정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상당수의 산후조리원은 이를 따르지 않고 있고, 여전히 홈페이지에는 가격을 공시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현금으로 결제할 경우 본래 요금에서 10∼20%를 할인해 준다며 현금결제를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산후조리는 집에서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우세했지만, 요즘은 출산 후 바로 산후조리원으로 옮겨가는 것이 일반적인 수순이 됐다. 이렇게 산후조리원을 이용하는 것이 당연시 되고 있는 지금, 보통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산후조리원이 더 절실해졌다.

해결책이 없지는 않다. ‘공공 산후조리원’이 바로 그 대안이다. 현재 운영 중인 공공 산후조리원을 보면 사설 산후조리원과 동일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도 가격은 사설 산후조리원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역시 예산 문제가 따른다. 서울시에 따르면 1개 공공 산후조리원을 짓는데 드는 예산은 80억 원 정도라고 하니, 난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엄마가 자신의 아이와 마음 편하게 믿고 맡길 수 있는 산후조리원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싶은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세계 최저 출산율을 끌어올리기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는 지금, 이 또한 빨리 개선해 ‘아이 낳고 싶은 나라’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4대강 사업으로 진 빚은 국민혈세를 털어 연간 5000천억 원씩 15년 동안 갚는다는데, 국민들이 꼭 필요로 하는 곳에는 쓸 예산이 없다니 참 황당하고도 어이없는 현실에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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