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정지원 / 디자인 이연선] 국가 간 장벽이 사라지고 세계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기업은 국내 투자뿐만 아니라 해외 투자를 넓혀가고 그 규모도 점차 키워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무역 분쟁의 양상도 변화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국내로 해외 자본이 많이 유입되면서 국제 중재 사건이 증가했는데, 국가와 국가 간 발생했던 무역 전쟁이 기업과 국가 간 국제 무역 분쟁의 발생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종전과 비교해 놀라운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국가 대 국가였던 무역 분쟁이 국가 대 기업의 양상으로 변화한 것은 양국 간의 문제만을 다루는 보존국제법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국제 무역 분쟁을 중재할 수 있는 제도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그 해결책은 바로 ISD 제도에서 찾을 수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ISD는 Investor-State Dispute의 약자로 투자자와 국가 간의 중재제도를 말한다. 즉, 외국에 투자한 투자자가 현지의 부당한 정책이나 법으로 인해 피해를 입을 경우 실효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게 만든 제도이다. 이 경우 투자자는 해당국 정부를 상대로 제3자의 민간기구인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소할 수 있다. 그리고 나면 판정에 따라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쉽게 말해 이 제도는 현지 정부가 외국투자자나 기업을 상대로 부당하게 규제하거나 자국 기업과 차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ISD 제도는 양국 간의 자유무역협정(FTA) 조항으로 포함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2012년 한미 FTA 체결 때 ISD를 포함한 적이 있는데 이 때문에 국민들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그 이유 중 하나. FTA 체결에 ISD 제도를 포함할 경우, 양국 간 분쟁을 ISD제도로만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 정부가 입법 절차를 거쳐 제정한 국가 정책이 실효성을 잃게 되어 국가 주권이 침해를 받는 문제가 발생한다. 두 번째 문제, 우리나라보다 다국적 기업 같은 거대 기업을 많이 소유한 미국 쪽에서 피해를 입어 제소를 할 경우 우리나라가 불리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ISD가 FTA 조항으로 포함될 경우 그 ISD 제도가 양국에 대해 갖는 영향력은 더 커진다고 할 수 있다.

ISD는 해외투자자나 기업으로 하여금 투자유치국이 어떻게 정책을 바꿀지에 대해 예측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하게 하는 기능도 있다. 물론 ISD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투자자를 불합리한 차별대우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문제점도 가지고 있어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ISD제도로 인해 투자국이 제소 당하게 되면, 투자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국가 정책이나 제도가 공격받게 되어 해당 정부의 역할이 무력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국가주권(laisser-faire) 침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긍정적인 입장도 존재한다. 다국적 기업의 출현과 자유무역의 확대에 따라 다양화된 국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ISD 제도를 받아들이는 것이 당연하다는 의견이다.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외국 투자자나 기업이 자국에 투자할 수 있는 건강한 환경을 조성한다면 오히려 ISD를 통해 외국인 투자 유치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찬성측의 입장이다.

국가간 효율적 해외투자와 합리적 무역의 관계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무역 관계 속 약소국이 주권을 잃어버리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다. 국가 대 기업 문제에 양국이 타협을 모색할 수 있는 합리적인 투자 정책을 펼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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