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유진 / 디자인 김미양] 현지시각으로 지난 6월 5일,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 주주총회에서 CEO 일론 머스크의 이사회 의장직 해임안이 부결됐다. 테슬라 주주 일부는 최근 발생했던 내부문제들과 주가하락을 이유로 머스크의 의장직 해임을 요구했지만 해당 제안은 부결되는 것이 불가피 했다. 그 이유는 테슬라가 ‘초다수결의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다수결의제란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 중 하나로 결의에 필요한 주주의 찬성률을 대폭 높여 사실상 통과가 어렵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주로 이사의 해임과 선임, 이사회 교체, 정관 변경 사안에서 이루어진다.

주주총회의 일반 안건은 현행 상법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출석과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찬성'을 갖추면 통과된다. 반면 초다수의결제가 적용된 특별 안건은 '발행주식 총수의 70% 이상 출석과 출석 주주 의결권의 90% 이상 찬성'으로 결의 요건이 상당히 까다로워진다.

앞서 언급한 테슬라의 경우도 CEO 머스크의 이사회 의장직 해임 건에 초다수결의제가 적용되는 것인데, 일론 머스크 본인이 전체의 5분의 1 정도 지분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경영권의 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초다수의결제의 본래 도입 목적은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한 경영권 방어이다. 과거 1980년대와 90년대 미국에서는 기업들의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그런데 불공정한 조건의 적대적 인수합병이 이루어질 경우 불합리하게 퇴출당하는 경영권자가 발생하게 되었고 이를 막고 경영권을 보호하려는 취지로 초다수의결제를 도입하는 회사들이 늘어났다.

그런데 올해 들어 한국에서 이 제도를 채택하는 상장 법인이 점차 늘어나 현재 국내 600여개 상장기업 중 4분의 1가량이 초다수결의제를 도입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과거 미국의 경우처럼 인수합병에 대비하자는 목적 보다는 경영권 보호의 성격이 더 크게 작용하는 모양새다.

초다수의결제는 경영자의 신분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안정적 경영을 이루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정상적인 계약의 절차로 법적인 문제가 없는 제도이다. 하지만 주주권을 비정상적으로 제한해 현 경영진에 대한 견제가 어려워진다는 문제도 있다. 또 높은 찬성률을 요구하기 때문에 자칫 대주주의 이익만이 극대화될 우려도 존재하며 불공정한 경우가 아닌 건전한 인수합병까지도 제한할 수 있어 전체적 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권력이란 한곳에 치우지게 되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기업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로 경영자와 주주들의 영향력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한쪽 당사자의 영향력이 무력화 될 경우 초래할 부작용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하고 도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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