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유진] 지난 시간에는 국회 도서관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그렇다면 국회 도서관장으로서 하는 업무에는 어떤 것이 있고, 도서관장이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국회 도서관장의 위치에서 겪는 이야기와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해 허용범 관장에게 물어보았다.

PART 2. ‘열린 도서관’을 만드는 국회도서관장

[사진_시선뉴스DB]

-국회 도서관장의 기본적인 업무는?

우리 도서관 직원 317명의 인력과 주어진 예산을 활용해 조직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도서관장의 책무입니다. 그리고 언론 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국회 도서관을 알리는 것도 제 책무이고요. 그 다음에 중요한 책무가 100년 뒤에도 볼 수 있도록 자료를 안전하게 보존하는 것입니다. 우리 도서관은 책만 620만 권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책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2억 4천만 면의 엄청난 양의 디지털 데이터와 행정 박물도 존재합니다. 이러한 대한민국의 자산인 자료들이 안전하게 영구 보존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저의 주요 업무입니다.

-국회 도서관장으로서 해야 할 역할 중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국회도서관이 앞으로 어떻게 나갈 것인가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국회 도서관장이 그냥 주어진 일만 하면 안 되거든요. 또 단순한 문헌 정보적 역할은 사서의 역할이지 도서관장의 역할은 아닙니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미래 도서관 기능을 위해 국회 도서관이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고, 직원들이 그걸 향해서 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도와주는 것이 관장의 역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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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장으로서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은?

저는 국회 도서관장은 국회를 알고 입법 시스템을 잘 아는 것이 중요한 자질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국회도서관의 기능이 입법을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입법 시스템을 모르고는 아무리 도서관의 전문가라고 해도 일을 할 수가 없어요. 우리 도서관에는 20년, 30년 경력을 가진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우수한 사서들이 있습니다. 도서관 전문가로서의 역할은 그분들께 맡기고 국회도서관장은 복잡하고 까다로운 국회 입법 시스템을 이해하면서 입법을 보좌하고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국회 도서관장들이 이랬으면 좋겠다’ 하는 점도 있나요?

앞에 말씀드린 자질에 더해서 외국 선진국의 도서관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고 시야가 넓은 깨어있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국회도서관은 대한민국의 대표 도서관입니다. 우리 도서관이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도록, 또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도서관이 되도록 해야겠죠. 그러려면 더 열린 마음을 가지고 더 넓게 보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또 한 분야의 전문가보다 여러 분야를 아우르고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해요. 제가 퇴임한 뒤에도 사람들의 시각이 도서관장을 도서관 전문가에만 한정 짓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국회 도서관장을 맡게 된 과정 또는 배경이 있다면?

법에는 ‘국회 도서관장은 국회의장의 추천으로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동의를 받아 국회 의장이 임명한다’고 되어 있는데, 정치적 관례로 제1야당이 추천을 합니다. 그리고 추천자들이 공모를 거쳐 오랜 기간 심사를 받습니다. 이렇게 임명이 되면 2년 임기를 가집니다. 저는 관장이 되기 이전에 하버드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외국 특파원도 오래 했습니다. 그래서 국제적 안목이 트여있다는 점을 강조했고요. 또 평생을 국회에서 보냈습니다. 기자 생활 20년 중 18년을 정치부에서 했고 초대 국회 대변인으로, 또 원내대표 비서실장으로도 일을 하면서 계속 국회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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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도서관장으로서 가장 뿌듯하고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

지난 2월 1일에 '4차 산업 혁명 선도 국가중심도서관 비전 선포식'을 열었던 것입니다. 저는 이 선포식에서 앞으로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우리 도서관이 가야 할 길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실제로 4차 산업혁명 대응에 우리 국가의 미래가 달려있습니다. 이는 결국 데이터와 IT 기술의 결합인데 우리 국회 도서관에서는 데이터를 생산하고 가공하고 유통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혁명적인 IT 기술의 시대적 변화, 그 국가적 과제에 국회도서관이 앞장서 선도해야 한다, 그런 내용으로 비전 선포식을 했습니다.

-그 선포식 이후에 어떤 변화가 가장 보람 있게 느껴졌나요?

선포식 이전에 국회도서관은 사실 고리타분한 이미지로 거리감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 선포식을 계기로 이제 국회도서관 하면 첨단도서관, IT 분야에 월등하게 앞서가는 도서관이라는 인식이 도서관계 안에서는 널리 알려지게 됐습니다. 제가 느끼는 보람은 우리 도서관이 열심히 나아갈 수 있도록 좌표와 비전을 제시했다는 것, 직원들과 협력할 수 있는 기반과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게 가장 뿌듯합니다.

-일을 하면서 힘이 드는 부분이 있다면?

열심히 하는데 잘 안 알아준다는 점이 속상하죠. 물론 세상 모든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는 없겠지만 저는 제가 있는 2년 동안 우리 국회 도서관을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는 최고의 도서관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 노력에 대해서 좋게 평가해주는 분들도 있지만 그런 제 노력을 몰라줄 때 속상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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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도서관은 OOO다’

국회 도서관은 한 단어로 '국회의 보물'입니다. 우리나라에 국회가 없어질 리는 없지만 만약 국회가 없더라도 국회 도서관은 영구히 존재합니다. 우리 도서관에서 소장하는 자료는 단 한 장도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자산입니다. 그리고 이 자료들은 한 번 훼손되면 다시 복구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물이라고 할 수 있죠.

-도서관장으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국가 학술정보 신경망 프로젝트가 구체화되는 것을 보고 마쳤으면 좋겠습니다. 국회 도서관의 생산 자료는 어마어마한데 이것을 모두 데이터화 하는 것이 비용이 많이 듭니다. 현재 데이터 구축 예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입니다. 앞으로의 시대에는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하고 시스템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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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근 시일 내에 일어날 국회 도서관의 큰 변화가 있다고 하던데 어떤 것인가요?

이번 7월에 곧 시행할 큰 변화는 개인 도서 반입 허용입니다. 국회 도서관은 중앙 도서관과 마찬가지로 개인 책을 못 가지고 들어오게 되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도서관 책과 섞일 수 있기 때문이지요. 또 국회 도서관 자료는 영구 보존 자료라 원칙적으로 분실이 되면 안 되기 때문에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던 겁니다. 하지만 이런 제재가 이용자에게 불편을 줘서 그동안 가장 큰 민원이었어요. 그런데 이제 개인 도서를 가지고 들어올 수 있게 하려고 합니다. 아마 이용자 입장에서 더 편리해지고 도서관 이용률이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시선뉴스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당부의 말

일반 시민 분들이 국회 도서관은 어렵고 거리감이 느껴진다는 편견과 오해를 넘어 많이 이용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제가 구상하는 것 중 하나가 국회 도서관을 여의도의 핫 플레이스로 만들자는 계획입니다. 지금은 사람들이 여의도에 오면 마땅히 있을 곳이 없어요. 그런데 이제 우리 도서관 1층 빈 공간을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으로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여기 와서 놀고, 책도 보고 커피도 마시고 하는 장소. 그리고 단순한 놀이터가 아니라 국립 도서관으로서의 권위도 살아있고 독특한 기념물도 있어서 사람들이 ‘국회 도서관이 이런 곳이구나’라고 알 수 있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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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도서관의 입법적 기능에 맞게 관장으로서 국회에 대한 이해와 열린 시각을 갖추고 발전에 힘쓰고 있는 허용범 국회도서관장. 인터뷰를 통해 관장이 생각하는 4차 산업 혁명 시대 도서관의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앞으로 허용범 관장이 추진하는 변화들을 통해 더욱 많은 시민들이 국회 도서관을 찾아 이용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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