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태웅 / 디자인 최지민] 세계에서 가장 입양을 많이 하는 나라 미국과 일본. 그런데 두 나라는 입양하는 주체와 입양의 목적이 크게 다르다고 하는데,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자.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이후부터 1990년대 말까지 약 20만 명의 입양아를 미국을 포함해 여러 나라에 보내던 대표 입양 송출국이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우리나라로부터 입양을 많이 했을까? 그 시작은 1954년 발간된 한 책부터였다. 한국전쟁이 끝날 무렵 발간된 'The Family Nobody Wanted'는 12명의 해외 입양사례로 구성된 책으로 미국인들에게 해외 입양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당시 유럽과 아시아에는 전쟁으로 인한 고아가 많이 생겼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고, 동시에 미국의 여러 교회에서 자선사업의 일환으로 전쟁고아 입양을 주도적으로 실시하면서 해외입양이 활기를 띄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이후 월남전을 겪은 베트남, 중남미 내전을 겪은 엘살바도르와 과테말라, 1990년대는 사회주의의 붕괴 여파로 루마니아와 러시아 그리고 중국의 개방 및 1자녀 정책으로 중국까지 여러 국가의 아이들이 전쟁과 경제위기, 국가정책으로 인해 미국으로 입양됐다.

그렇다면 이웃나라 일본은 어떨까? 일본은 세계적으로도 미국과 1,2위를 다툴 정도로 입양을 많이 하는 국가다. 그러나 미국은 주로 해외에서 어린 아이를 입양했던 반면, 일본에서는 자국 내에서 그리고 성인을 입양하는 것이 큰 특징이다. 

일본의 전체 입양자 중 90% 이상이 2~30대 성인남자다. 일본의 이런 성인입양의 비율이 높은 이유는 바로 ‘남성위주의 문화’와 ‘기업승계’ 때문이다. 

일본 내에는 아직도 남성이 기업을 운영하거나 가문을 이어야한다는 관습이 남아있다. 그래서 딸만 있는 기업이나 가문에서는 기업과 가문을 이어나갈 양자가 필요로 한다. 심지어 아들이 있어도 기업을 운영할 능력이 안 되면 양자를 들이기도 한다. 

기업에 양자로 들어오게 된 남성은 원래 자신의 성을 포기하고 새로운 가문의 성으로 바꾸고 가업을 이어가야한다. 한편, 이런 성인입양 현상은 ‘왜 일본에 가족기업이 많은지?’를 설명해준다. 

19세기 미국의 산업자본가 앤드류 카네기는 ‘부를 물려주는 것은 재능과 에너지를 말살시킨다’라는 말을 했는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스즈키, 도요타, 캐논, 산토리와 같은 여러 일본 기업들은 카네기의 말과는 다르게 모두 부를 물려주어도 성공한 사례들이다. 

일본의 입양은 마치 채용에 가까운 모습이다. 뿌리 깊게 내린 ‘남성위주의 문화’와 ‘기업승계’라는 두 가지 미션을 ‘성인 남성 입양’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목적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이는 입양. 하지만 목적이 주가 되는 입양은 입양아들에게 슬픔과 고통을 줄 수 있다. 이들이 입양으로 인해 상처받지 않도록 신중에 신중을 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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