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유진]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해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상거래 공룡기업으로 성장한 아마존이 무서운 기세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대표 농식품 업체 ‘홀푸드’를 인수해 식품 유통 사업에 뛰어들더니 마침내 의약품 사업으로 분야를 넓혔다. 미국 경제 전문 방송 CNBC는 현지시각 3일 아마존이 '필팩'을 10억 달러, 우리 돈 1조 1156억 원에 인수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세계 의약품 시장에 커다란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아마존이 인수한 스타트업 ‘필팩(PillPack)’은 미국 50개 주 전체 의약품 유통 라이선스를 가진 온라인 약국이다. 필팩은 처방전 데이터에 따라 의약품을 1회 복용량으로 세분해 각 가정에 정시에 배달한다. 또 일반 약국에서는 최대 30일분까지 처방이 가능하지만, 필팩은 최대 90일까지 처방이 가능한 것도 특징이다. 따라서 매일 똑같이 복용하는 약을 처방받기 위해 병원과 약국을 방문해야하는 만성 성인병 환자의 경우 필팩의 맞춤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출처_필팩 공식 홈페이지

의약품 업체를 향한 아마존의 관심은 1999년부터 시작됐다.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는 “소비자들의 선택권, 편의성, 가격, 정보차원에서 온라인 도서판매와 약국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고 언급하며 당시 드럭스토어 닷컴에 투자 했다.

과거 아마존은 의약품 분야를 제품 카테고리의 일부로 보고 비슷한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려고 했다. 하지만 병원과 의약품 공급사들은 견고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었고 진입장벽이 높은 의약품의 유통구조 때문에 제약시장을 뚫기는 어려웠다. 이에 아마존이 찾아낸 돌파 구가 바로 ‘필팩’이었다.

아마존이 의약품 시장에 진출하게 된 배경은 소비자들의 온라인 수요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거대 기업 아마존의 이번 움직임으로 그동안 오프라인 위주였던 의약품 시장이 이제는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시장으로 떠오를 것임이 예고되었다.

아마존은 2018년 안에 필팩 인수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인수가 완료되고 나면 사람들은 시간과 장소에 더 이상 구애받지 않고 24시간 처방 약을 살 수 있는 온라인 의약 시장을 아마존을 통해 만나게 된다. 또 유난히 비싼 미국의 의료보험 문제를 아마존과 필팩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아마존 월드와이드 컨슈머의 제프 윌키 CEO는 "고객의 생명을 연장하고 시간을 절약하며 더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해주는 의미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필팩 공동창업자 TJ 파커도 "아마존과 함께 미 전역에서 더 나은 의약 투약의 경험을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장에 대한 긍정적 기대감을 내비쳤다. 즉 이번 인수를 통해 소비자도 편리함을 얻고 다른 기업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려 전체적 시장이 긍정적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공룡기업 아마존의 독식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아마존이 시장을 모두 집어삼키면 중소업체와 스타트업의 진입은 더욱 어려워지고 타 의약품 도매업체는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실제로 필팩 인수 소식이 들리자마자 미국 내 대형 의약품 유통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해 약 145억 달러의 시가 총액이 증발했다. 반면 같은 날 아마존의 주가는 2.5% 상승했다. CNBC 등 미 경제매체들은 대형 약품 유통회사들이 아마존의 온라인 약품 유통시장 장악으로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 상황은 의약산업의 특수한 현상은 아니다. 이미 온라인 서점이 활성화됨에 따라 오프라인 서점은 하나 둘 문을 닫았고, 사람들은 굳이 마트에 가지 않고도 온라인으로 장을 볼 수 있다. 전체적인 오프라인 유통 시장이 온라인 시장으로 이동하는 흐름 속에서 더욱이 매일 약을 복용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은 온라인 약국 시장을 이용하려 할 것이다. 온라인 전자상거래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아마존. 포식자의 눈길이 다음에는 어디로 향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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