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태웅 / 디자인 최지민] 구릿빛 피부에 얼굴만 하얗게 뜬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최근 이런 현상을 이른바 ‘톤그로’라고 하는데, 이 신조어는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전파되면서 뷰티업계를 넘어 여러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톤그로는 색상을 뜻하는 영단어 ‘tone’과 문제를 뜻하는 영단어 ‘aggro’를 합쳐 만든 신조어이다. 보통 어그로는 대중의 감정을 도발해 관심을 유도하는 행위를 비난하는데 쓰이지만 톤그로는 실수, 미숙함을 자책하는 단어로 쓰인다.

이와 같이 자신의 피부색과 조화롭지 않은 색으로 화장하는 풍습은 아주 먼 과거 에도 존재했다. 1세기 로마제국 시대에는 화장만을 전문으로 하는 화장 노예가 있었다.

기록에 따르면 로마의 귀부인들은 꿀에 백묵가루를 섞어 마치 파운데이션처럼 발랐으며 백납으로 만든 파우더를 도포한 뒤 하얀 피부를 강조하기 위해 푸른 안료를 이용해 곳곳에 정맥을 그려 외출에 나섰다고 한다. 이처럼 너무 눈에 튀는 색의 구분으로 자책적인 현대의 톤그로와는 달리 당시 로마인들은 흰 피부,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창백한 낯빛에 열광했다.  

물론 과거뿐 아니라 현대에도 좀 더 하얀 피부를 선호하는 현상은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여성 화장품 업계에서 21호는 가장 밝은 베이스 호수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선호도가 높아 ‘한국인은 21호’ 공식이 생겼을 정도다.

하지만 뷰티업계 전문가들은 정작 한국인의 피부톤은 21호보다 더 어둡고 게다가 너무 밝은 메이크업은 얼굴을 크고 더 나이 들어 보이는 역효과를 유발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메이크업 트렌드 또한 과도하게 하얀 화장을 지양하는 추세다.

트렌드의 변화로 톤그로가 이슈가 되면서 이와 관련한 또 다른 신조어로는 패완얼(패션의 완성은 얼굴)과 비슷한 의미의 ‘예쁘면 톤그로 따위는 없다’는 말이 있으며 ‘톤그로’와 반대되는 의미의 신조어에는 ‘착붙(착 붙듯이 잘 어울림을 뜻함)’이 있다.

톤그로는 메이크업에서 주로 사용되는 신조어이지만 그 쓰임새가 확장되고 있다. 패션계에서는 튀는 색상이나 아이템을, 또 목소리 음의 높낮이 또한 ‘톤’이라고 부르는데 이를 이용해 ‘목소리 톤이 높아 관심을 끄는 것’을 의미하는 등 색감이나 목소리가 적용되는 여러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톤그로라는 신조어가 생기는 과정에서 피부색이 이슈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아름다움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회 대한민국. 안과 밖 모두가 아름다울 수 있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위한 시간도 가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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