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이유진 / 디자인 김미양]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이전 세대는 한 곳에서 오래 일하다가 근속 년수를 채워 승진을 하고 정년이 될 때쯤에야 퇴사를 생각했다. 그러나 요즘 2030세대는 한 직장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조사에 따르면 청년 노동자의 절반 이상은 첫 일자리 진입 후 10년 안에 이직했다. 또 2030세대 사이에서는 본인의 퇴사 장면을 SNS에 생중계하는 ‘퇴사방송’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갤러리맨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갤러리맨’이란 골프경기 관객을 의미하는 ‘갤러리’와 봉급을 받는 직장인인 ‘샐러리맨’의 합성어이다. 이들은 그 직장에서 승진을 통해 성취 욕구를 느끼려 하지 않고 언젠가는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 떠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업무나 직장생활에 대한 주인의식이 희박하며 회사 일에 마치 관객처럼 방관하는 자세로 임한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청년 신규 취업자 중 10년 이내에 이직 경험이 있는 근로자는 53.2%로, 평균 이직 횟수는 2.13회, 최대 12회까지 이직하는 경우도 있었다. 중장년층은 이러한 청년들의 잦은 이직에 대해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눈이 너무 높고 매사에 빠르게 싫증을 내며 책임감이 없다’는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심각한 취업난 속에 입사하더라도 다시 자발적으로 취업 시장으로 나와 재취업을 준비하는 직장인도 많다. 이들은 직장 업무는 적당히 처리하고 개인의 시간을 위해 회식 같은 모임에 참석하지 않는다. 직장에 마음을 두지 못하고 제 3자로서 주변인으로만 머문다. 이렇게 갤러리맨이 늘어나는 현상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으며 두 가지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첫째로 청년들의 불안한 고용안정성이다. 안정적인 직장을 얻어 가정을 꾸리겠다는 꿈은 예전에는 평범했을지 몰라도 이제는 더 이상 평범하지 않다. 사회적, 경제적 압박 속에서 장기적인 삶을 계획하기 힘든 청년층은 결혼과 가정을 포기함에 따라 오랜 시간 한 직장에만 머물 필요성도 없어졌다.

둘째로 개인의 삶을 중시하게 된 사회적 변화도 갤러리맨을 양산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청년들이 고용 불안으로 가정을 포기함에 따라 자연스레 개인의 삶을 더 중시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따라서 직장에 대한 자기 만족도가 낮아지면 퇴직과 이직을 고민하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일수록, 임금 수준이 낮고 전공 일치율이 적을수록 근무 환경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져 이직률이 높게 나타났다.

정부는 현재 청년들의 중소기업 장기근속을 유도하기 위해 ‘청년내일채움공제’를 시행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고용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중소기업 청년 추가고용 장려금(2+1)’ 사업을 추진하는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하지만 직장에 대한 만족도와 안정감은 심리적 문제이므로 더욱 접근하기 어렵다. 갤러리맨들의 마음을 주변에서 중심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복합적이고 근본적인 노동환경 개선이 요구된다. 청년이 자리를 잡고 장기계획을 세울 수 있는 정부 차원의 고용 안정대책은 물론, 개인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직장 문화가 자리 잡도록 기업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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