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김미양]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과거 모 광고에 등장해 직장인 사이에 환영을 받았던 멘트이다. 하지만 불과 얼마 전만해도 대한민국의 직장인은 과도한 업무 시간으로 인해, 사실 열심히 일하는 당신이 어디론가 떠난다는 것은 먼 이야기에 불과했다.

그러나 점차 근로자의 근무 환경이 개선되고 법정 근로 시간도 줄면서 직장인들은 업무 외 개인적인 시간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주말, 퇴근 후 시간을 활용해 여가 활동을 즐기는 근로자가 점차 증가했고, 특히 오는 7월부터 주52시간으로 단축되는 근로시간으로 인해 이러한 추세는 점점 더 가속화 할 것으로 보인다. 그 일환으로 현재 자신을 위해 문화생활을 즐기기 위한 ‘문센족’이 새로운 직장인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문센족이란 퇴근 이후 생긴 여가 시간을 백화점 문화센터 등에서 자기 개발이나 취미생활을 위한 강좌를 듣는 직장인을 의미한다. 과거 문화센터는 비교적 일정하게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주부들의 공간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점차 근로시간이 줄어들면서 직장인 중에도 퇴근 후 시간을 문화센터에서 관심 있는 분야를 즐기며 보내는 부류가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문센족은 근로 환경이 달라지면서 생겨난 신문화이다. 과거 일에 전념하고 회사에만 충실하게 임하는 것이 곧 미래를 위한 일이라 여겨졌던 근로 풍토와 달리, 점차 근로보다는 인간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시되어 왔다. 따라서 일과 즐거운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Work & Life)이 확산하면서 다양한 여가를 즐기는 직장인이 증가했는데 문센족 역시 그 부분 중 하나로 보면 된다.

문센족이 증가하자 문화센터에서 다루는 분야도 크게 확장하고 있다. 과거에는 꽃꽂이, 미술, 십자수 등 주로 주부에게 포커스가 맞춰진 강좌가 많았다면, 현재는 디제잉, 보컬/악기 수업, 각종 스포츠 등 성별 구분 없이 다양한 취향의 문센족을 겨냥하기 위한 각 가지 강좌가 생겨나고 있다. 특히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것에 아낌없는 문센족에 맞춰 다소 고가의 강좌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어, 향후 문화센터 산업이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달라지는 일에 대한 인식 그리고 점차 개선되는 근로환경. 이에 따라 문센족을 비롯한 퇴근 후 자신의 삶에 집중하는 근로자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접근하기 쉬워 급증하는 문센족의 여파로 서울의 모 유명 백화점이 개설한 문화센터 강좌의 경우 20~ 30대 수강자가 지난해보다 2배 넘게 증가했고 대다수의 다른 백화점 역시 퇴근시간 이후 강좌를 30% 이상 늘리는 상황이다.

직장인들이 자신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제 2의 인생을 위한 준비 차원에서 관심 있는 분야를 배우고 즐기는 것은 달라진 시대인 만큼 환영할만하다. 그러나 자칫 ‘카푸어’처럼 ‘문센푸어’를 양산하는 등 과도한 소비를 유도하는 것은 아닌지, 또 그럴만한 사정이 되지 못하는 다른 근로자들에게는 또 하나의 차별이 되고 허탈함을 유발하는 것은 아닌지 우리 사회의 고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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