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이유진 / 디자인 김미양] 평균 근로시간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2위에 위치한 국가 대한민국. 최근 은행원들이 평일 점심시간에도 업무를 볼 수밖에 없는 고충을 토로했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신조어 ‘알데스코’가 화제다.

알데스코(aldesko)는 ‘책상에서’라는 뜻으로 야외에서 즐기는 음식을 뜻하는 ‘Al fresco’에서 유래했다. 이 신조어는 밥 먹을 시간조차 낼 수 없어 ‘사무실 책상 앞에서 급하게 먹는 점심’을 의미한다. 이처럼 ‘알데스코’는 많은 업무량을 정해진 근로 시간 안에 마쳐야 하는 현실에서 점심시간마저도 사치로 느껴지는 씁쓸한 직장인 문화를 반영하고 있다.

‘알데스코’의 대표적인 업종으로는 은행원이 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평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은행 업무를 보기 때문에 은행원들에게 점심시간은 업무시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교대로 식사를 하지만 여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최근 은행권 노동조합은 은행원들에게도 다른 직장인들처럼 점심시간 1시간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국 금융산업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점심시간으로 1시간을 사용한 은행원 비율은 전체의 26%에 불과했다. 즉 나머지 74%는 점심시간을 미처 1시간도 이용하지 못한 채 김밥이나 컵라면 등 간단한 식사로 때우며 일한다는 것이다. 이에 노동조합은 '영업점 휴게시간을 낮 12시 30분~오후 1시 30분에 동시에 사용한다'는 조항을 요구안에 포함시켰다.

반면, 불편함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는 고객 입장에서는 반대 여론이 거세다. 평일 4시까지만 운영하는 은행의 특성상, 보통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이 아니면 은행 업무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은행을 가기 위해 휴가를 쓴 적이 있다는 사람들의 비율이 54.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금융권은 서비스직이므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과 ‘기본적인 휴게 시간은 보장받아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금융권 점심시간 보장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식사 교대조를 만들거나, 영업시간을 늘리는 등 다른 방안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영업점 전체가 휴게시간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은행원들은 교대조로 운영하더라도 동료가 휴가를 쓸 경우 점심시간을 보장받기 힘들다는 등의 이유로 동시 휴게 시간을 통한 점심시간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또 영업시간을 연장하라는 주장에는 영업점 문을 닫은 4시 이후에도 사실상 은행 업무는 7시~8시까지 계속 되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 2월 정부는 이런 알데스코 문제와 여러 근로문제가 부각되면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해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업 구조상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반응이 많은데다가, 시간 내 업무를 마치지 못할 경우 밀린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결국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이 희생될 우려가 높다는 평가다.

한치의 양보도 없는 대립 속에 ‘알데스코’를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갈등을 계기로 양 측이 조금씩 양보하며 타협점을 찾아내 직장인 문화가 개선될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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