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 디자인 이정선] 대한민국은 2016년 연간 1만3092명, 하루 3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10만 명 당 자살률이 25.6명으로 OECD 평균인 1.21명의 무려 2.4배에 이른다. 따라서 2003년부터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자살 방지 대책이 매우 시급한 상황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보다 더 심한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가 국가 주도로 극복하고 있는 나라가 있다. 바로 핀란드이다. 

핀란드는 전 세계적으로 손에 꼽히는 복지국가이며 교육제도가 발달한 국가이다. 하지만 여름에는 해가지지 않는 백야현상이 일어나고 겨울에는 온종일 해가 뜨지 않는 극야현상이 일어나 극단적인 지리적, 기후적인 요건을 갖추고 있다. 

또한 도시화가 진행되고 훌륭한 복지로 인해 경쟁이 없는 사회에서 살다 보니 개인주의가 팽배해지고 이웃 간의 교류가 사라져 고립감, 스트레스 등으로 우울증을 겪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늘었다. 

이로 인해 핀란드는 1990년 인구 10만 명 당 자살인구 30명을 기록해 자살률 세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핀란드의 높은 자살률이 더욱 심각한 이유는 핀란드의 전체 인구가 550만 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절대적으로 인구가 적기 때문에 높은 자살률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수준을 넘어서 생산노동인구의 감소로 국가존립에 위협이 된다. 

위기감을 느낀 핀란드는 1986년 세계 최초로 국가 주도의 ‘자살예방프로젝트’를 단행하게 된다. 핀란드는 자살로 사망한 1366명에 대한 ‘심리적 부검(자살자의 행동, 주변인물 심층 인터뷰, 환경 분석 등을 통해 자살 원인을 밝히는 것)’을 대대적으로 시행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1992년부터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게 된다. 

이 프로젝트는 자살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조기에 파악하여 예방하는 데 그 의의가 있었다. 

핀란드는 먼저 자살자들의 2/3 이상이 우울증을 앓아왔고 이 중 15%만이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우울증을 겪는 사람을 빠르게 발견할 필요가 있었는데 이를 위해 다른 질병 치료를 위해 병원에 방문하더라도 우울증과 자살충동 여부를 점검해 이를 통해 잠재적인 자살 시도자를 발견하게 했다. 

또 이렇게 발견된 잠재적 자살 시도자에게는 사회적 치료와 상담 치료, 그리고 약물 치료를 병행했다. 

자살 시도자에게 삶에 대한 의욕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삶이 위기라고 느낄 경우 사회와 전문가들이 지원할 수 있게 하였다. 각 학교와 기관에 상담 전문가를 의무적으로 배치하였고 이를 통해 자살에 충동을 느끼는 이들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 

또한 한 가지 방법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지 않았다. 상담 치료가 어려운 경우에는 약물 치료만을 시행하였는데 이를 통해서도 환자의 우울증과 그로 인해 비롯한 자살 충동 증세가 크게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경로를 통해 자살 위험군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 파악되면 국가는 이들을 상대로 상담 치료와 약물 치료를 병행했다. 상담 치료를 받기 어려운 경우에는 약물 치료만을 시행했는데 약물 치료만으로도 환자의 우울증이나 자살 충동 등의 증세가 크게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술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우울증을 앓고 있을 때 자살충동을 배가시키는 것이 바로 술이기 때문에 도수가 높은 보드카 등은 정해진 가게에서만 판매하게 하였고 일요일에는 반드시 영업을 하지 못하게 하였다. 

또한 언론에서 자살을 다루는 것을 자제시켰다. 자살충동은 연쇄적인 면이 있어서 타인의 자살 소식을 듣게 되면 그로 인해 동요되는 가능성이 크다. 이는 유명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 이를 따라 같이 자살을 하는 ‘베르테르 효과’에 따른 것으로 이를 최대한 자제하여 동요되는 것을 방지하였다. 

이 외에도 핀란드는 총기 등 자살을 하는데 사용될 수 있는 도구 등에 대한 법과 제도를 개정함으로써 규제를 강화시키는 등 사회적, 심리적, 신체적인 모든 방면에서 자살을 방지하기 위한 관리를 국가가 주도했다. 

이로 인해 핀란드는 10만 명 당 30명에 이르던 자살률이 2014년 14.1명으로 절반 이상 줄어드는 쾌거를 이룩했으며 현재도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핀란드에서는 자살이라는 것이 타인의 일이 아닌 바로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상 중 하나였다. 때문에 현재도 그렇지만 과거부터 ‘자살’은 그들에게 금기시 되어왔던 단어 중 하나다. 

그리고 대한민국 역시 엄청난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핀란드가 느꼈던 위기감을 느끼고 국가적인 자살예방 프로젝트를 시행해야 할 수준이지만 사회나 언론, 개인들 모두 이 위험에 대해 무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노인자살률도 높은 상태에서 20~30대 청년들의 자살률도 급증하고 있는 지금 이렇게 무딘 모습을 보일 때가 아니다. 

국가는 적극적으로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핀란드가 보인 모범을 우리에 맞게 시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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