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100여년전 멸족된 호주 원주민의 유골이 유럽과 미국을 도는 긴 여정을 거쳐 자신의 땅으로 돌아간다.

미국의 유명 자연사박물관 시카고 필드뮤지엄(Field Museum)은 24일(현지시간) 호주 남부 태즈메이니아 섬의 멸종 원주민 두개골 3점을 혼혈로 남아있는 후손들에게 반환한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25일 박물관에서 엄숙한 예식을 거행한 뒤 호주 태즈메이니아 섬에서부터 온 후손 대표들에게 이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 유골은 1800년대 초 태즈메이니아 지역의 도굴꾼에 의해 당시 유럽에서 성행하던 해부체 시장에 팔려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필드뮤지엄은 1950년대에 영국의 수집가 A.W.F 풀러로부터 이를 사들였였고 유골을 찾기 위해 시카고를 방문한 후손 대표단의 데이브 워레너(태즈메이니아 원주민센터 회장)는 "태즈메이니아 원주민 인구는 한때 5천명 이상이었으나 식민주의자들의 대량학살 캠페인에 의해 멸족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박물관 측은 "1831년 쓰인 자료에는 '태즈메이니아 섬 해안에 살해된 원주민들의 뼈가 널려 있었다'고 기술돼 있다"고 전했으며 해부체 상인들은 무덤을 파거나 흩어져 있는 유골들을 모아서 유럽시장에 팔아 높은 소득을 올렸다.

필드뮤지엄의 유물 송환 담당 디렉터 헬렌 로빈스는 "당시 귀족들 사이에는 벽난로 선반에 태즈메이니아인 두개골을 전시하는 것이 유행이었다"며 "일부에서는 인체 뼈가 특이 수집물로 간주됐고 인간 두개골은 당시 화폐단위로 개당 50 달러(약 5만원)에 판매됐다"고 설명했다. 1800년대 1달러는 현재는 약 20~30달러에 해당한다.

워레너는 "필드뮤지엄 측과 9년여에 걸친 논의 끝에 유골 반환 결정을 얻었다"며 "태즈메이니아에 돌아가면 전통적 예식을 치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태즈메이니아 원주민은 작은 키, 곱슬거리는 모발, 납작한 코, 넓은 콧구멍, 크고 두툼한 입술 등이 특징이며 사냥과 채집 위주의 생활을 했다.

이들은 1803년 유럽인들이 태즈메이니아에 정착하면서 학살로 인해 인구가 급격히 줄기 시작, 1830년대 생존자가 200여 명에 불과했고 1880년~1905년 사이 결국 멸족되어 현재는 혼혈 자손들이 태즈메이니아 일부 지역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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