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병용 / 디자인 이정선] ‘아뵤~’하는 기합소리와 주먹을 꽉 쥘 때 ‘뚜두둑~’하고 나는 손가락 관절 꺾는 소리는 이소룡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손가락 두꺼워진다”, “나이 먹어서 손가락 관절에 나쁜 영향을 준다” 등 다양한 소문의 주인공인 손가락 관절 꺾는 소리는 사실 아직 그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미스터리한 소리이다.

손가락 관절 꺾는 소리의 원인은 수십 년째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관절이 꺾일 때 관절 사이가 벌어져 생기는 빈 공간인 ‘버블’이 있다.

빈 공간인 ‘버블’이 발견된 것은 1947년, 영국 의학 연구진에 의해서다. 이들은 방사선 촬영을 이용해 관절 꺾기 전후의 손가락들을 비교해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은 소리가 나는 관절과 그렇지 않은 관절의 구조 차이를 분석했고, 그 결과 관절이 꺾일 때 관절 사이가 벌어지면서 빈 공간이 생기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연구진은 이 빈 공간을 ‘버블’이라 칭하고, 버블의 생성이 소리의 원인이라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1971년, 손가락 관절 꺾는 소리의 원인에 대한 다른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원인에 대한 논쟁이 시작되었다.

당시 영국의 한 연구진은 과거보다 발전된 전문적인 연구 시설 하에 관절 꺾기 전후의 방사선 영상을 관찰하였다. 그리고 관철 안 버블의 움직임을 동역학으로 분석했고, 곧이어 빠르게 생성된 버블이 곧바로 붕괴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손가락 관절 꺾는 소리의 원인은 버블이 붕괴하면서 나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이렇게 두 연구결과가 충돌하면서 ‘뚝 소리는 버블의 생성 순간에 난다’와 ‘뚝 소리는 생성된 버블이 붕괴하는 순간에 난다’는 주장은 하나로 합의되지 못한 채 논란이 되었다.

수십 년이 흘러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 첨단 연구 도구가 발명되었지만, 손가락 관절 꺾는 소리의 원인은 여전히 논쟁 중이다.

지난 2015년 캐나다 앨버타대학 연구진은 MRI를 이용해 손가락 관절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1초당 3장면 정도 촬영해 관찰한 결과, 뚝 소리가 버블 생성 순간에 나온다고 주장하면서 손가락 관절 꺾는 소리에 대한 논란이 해소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의 연구진이 소리를 만들어내는 수학적 모델을 이용해 관찰한 결과. 손가락 관절의 버블이 부서지면서 나는 소리가 실제 주먹을 쥘 때 나는 소리와 상당히 유사한 것을 발견했다. 이를 근거로 스탠퍼드 대학교 연구진이 손가락 관절 꺾는 소리의 원인이 버블의 붕괴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다시금 논쟁이 되었다.

재밌고 기발한 연구를 골라 상을 주는 이그노벨상의 2009년 의학상은 50여 년 동안 왼쪽 손만 관절 꺾기를 하여 두 손의 관절을 비교해 건강의 차이가 없다는 것을 발견한 미국 의학자에게 돌아갔다. 이처럼 아직 손가락 관절 꺾기가 관절 기능에 영향을 준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잦은 관절 꺾기는 자칫 힘 조절에 실패해 뼈에 영향을 줄 수도 있고 국내 정서상 외적으로 다소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도 있다. 또한, 소리의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것처럼 아직 이에 따른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따라서 되도록 이 논쟁들이 끝날 때 까지는 손가락 관절 꺾기를 지양해 혹시 모를 부상으로부터 손가락 관절을 보호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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