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인생은 60세부터’ 라는 말이 있다. 이는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과거 노인으로 구분되던 60세 이상이 최근에는 활력 넘치는 삶을 살아가면서 생겨난 말이다. 특히 이쯤 되면 보통 은퇴를 준비하거나 맞이하는 시기로, 인생 제2의 무대를 꾸미기 위한 저마다의 준비에 들어간다.

그런데 최근 장기 불황과 청년취업난으로 인해 자녀들의 사회진출이 늦어지면서, 은퇴를 맞이하고도 노후 준비가 아닌 자녀들을 계속해서 책임져야하는 부모세대들이 증가하고 있다. 자신을 위하기보다는 자녀에 대한 책임감으로 긴 시간동안 일을 해야 했던 부모세대들이 은퇴를 하고도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는 것. 이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님께 얹혀 사는 자녀를 캥거루족이라 지칭하듯, 그러한 자녀를 돌보는 나이든 부모세대를 ‘늙은 캥거루’라 부른다.

독립 능력 부족한 자녀 품고 사는 노인 ‘늙은 캥거루’ [사진/픽사베이]

많은 부모 세대들이 늙은 캥거루가 된 이유는 자녀 세대의 취업이 늦어지면서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청년은 취업을 포기하면서 그 부담은 고스란히 부모세대에게 전가되기도 하는데, 캥거루에 비유하자면 성체가 된 캥거루가 여전히 엄마 캥거루의 배 주머니 안에서 음식을 받아먹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 지난 1일 통계청의 ‘2017 사회조사’ ‘2017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인이 자녀와 함께 사는 경우가 무려 30.6%로 나타났고 그 이유는 ‘자녀의 독립생활이 불가능하다’가 31%로 가장 높았다.

그리고 이 통계에는 부모 세대가 겪고 있는 부담감이 고스란히 반영 되었다.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는 것이 아닌, 독립여건이 안 되는 상황에서 얹혀사는 구조이다 보니 60세 이상의 부모 가운데 ‘자녀와 같이 살고 싶지 않다’는 응답자는 77.8%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경제적 부담감으로 은퇴 가구의 60% 이상이 생활비 부족에 허덕이고 있고 특히 ‘생활비 충당이 부족한 가구’는 39.9%, ‘매우 부족한 가구’는 22.4%인 상황에서 자식까지 책임져야 하니 그 부담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이 보편화된 이 시대, 대다수의 부모들은 자녀 한명을 기르기 위해 막대한 비용과 정성을 쏟는다. 그러면서 자연히 자신의 노후 준비는 제대로 돌볼 수 없게 되는데, 이런 상황에 자녀들의 독립 시기가 늦어지면서 은퇴를 하고도 노후 설계를 할 수 없고 계속해서 자녀를 돌봐야하는 상황이 늙은 캥거루 현상인 것이다.

최근 의학의 발달로 등이 굽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많이 볼 수 없다. 그러나 여러 가지 경제 현상으로 점차 노인들의 심적 부담감은 점점 굽어지고 있다. 특히 노인들의 인구비율이 증가하는 실버세대에 도래하는 시점에서 늙은 캥거루 현상은 간과할 수 없다. 행복한 노인 인구의 증가가 아닌 버거운 삶을 이어가는 노인의 인구가 증가한 다는 것은 세대 갈등, 양극화 등 또 다른 리스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인들에 대한 혜택을 마련하는 복지보다, 경제 구조 등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한 고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