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이정선] 필자는 유년시절(80~90년대) 두 삼촌과 한 집에서 함께 지냈다. 당시 서른을 목전에 둔 삼촌들은 미혼인 상태여서 온 집안의 걱정거리였는데, 특히 명절 때만 되면 어른들의 호통에 전전긍긍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때만 해도 20중/후반을 결혼 적령기라 여겼고, 특히 결혼을 하지 않는 이른바 ‘독신주의’에 대해서는 좋지 않게 바라보는 풍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주변을 둘러보면 20대에 결혼을 하는 수가 현저히 줄어들었고 30대가 훌쩍 넘었음에도 미혼임을 당당히 밝히기도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자신을 혼인하지 않고 살아가는 비혼주의, 비혼족이라 자신있게 밝히는 사람들도 늘었고, 이를 젊은 세대에서는 비정상이라 비난하지도 않는다. 

이처럼 시대가 변하고 가정의 형태와 사회 구성원들의 가치관도 변하면서 새롭게 바뀌는 것이 이 결혼의 풍습이다. 그리고 그에 따라 새로운 결혼 트렌드도 계속해서 생겨나는데, 최근에는 비혼족과 같은 듯 다른 ‘솔로고미’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솔로고미(sologomy)는 자기 자신과 결혼하는 신종 결혼 문화를 말한다. 크게 보면 비혼의 한 부분이지만 결혼을 하지 않는 비혼과 달리 ‘자기 자신과 결혼식’을 올린다는 점에서 사뭇 다르다. 즉 이성의 타인과 혼인을 하는 전통적 결혼 가치관에서 벗어나 혼자 기념식을 같고 평생 스스로에게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하는 ‘1인 웨딩’으로 이해하면 된다.

솔로고미의 바람은 미국을 중심으로 불기 시작했다. 미국의 유명 슈퍼 모델 아드리아나 리마가 자신의 SNS에 웨딩반지를 끼고 있는 자신의 사진을 게시하며 ‘스스로와 결혼했음’을 당당하게 알린 것. 그리고 이를 시작으로 1인 웨딩을 위한 쇼핑몰과 웨딩업체도 생겨나며 점차 젊은 층에서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도 솔로고미의 영향이 서서히 미치고 있다. SNS 상에서 솔로고미가 해시태그되며 스스로 반지를 끼고 기념식을 치르는 사진이 게시되기도 하고, 발 빠른 웨딩업체들은 ‘싱글웨딩’, ‘1인웨딩’, ‘비혼식’ 등의 이름으로 하나의 상품으로 만들어 솔로고미족을 유혹하고 있다. 초라하지 않은 솔로 생활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얼마 전 유행한 욜로(YOLO)와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과거 독신주의, 노총각, 노처녀라는 이름은 왠지 안쓰럽고 사회의 전통관습에 반하는 일탈행위처럼 여겨졌다. 심지어 TV 드라마에서는 궁상맞은 캐릭터로 ‘노총각’ ‘노처녀’를 설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혼풍습이 너무나 달라진 현재에는 “혼자 살아도 얼마든지 화려하고 오히려 스스로에게 헌신할 수 있다”라고 주장하는 솔로고미가 등장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미혼/독신주의에 당당함을 가미한 솔로고미. 트렌드가 생겨나면 소멸되던지 그 파급력이 크다면 우리사회의 한 부분이 된다. 솔로고미는 순간의 유행이 되고 사라질까, 아님 핵가족, 1인 가구처럼 우리 사회의 일부분이 될까, 솔로고미를 바라보는 다양한 측면의 시선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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