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목소리의 형태' 스틸컷

[시선뉴스] 애니메이션 영화 '목소리의 형태'가 어린이날 특선 영화로 안방 시청자들을 찾았다. 지난해 5월 국내 개봉한 작품이 1년여 만인 오늘(5일) 12시 30분 OCN에서 방송된다.

'목소리의 형태'는 한때 왕따 가해자였던 소년과 피해자였던 소녀의 서사다.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소년 쇼야는 같은 반에 전학 온 쇼코가 왠지 불만이다. 귀머거리인 탓에 우물거리는 말투가 볼썽사납고, 필담용 노트를 갖고 다니며 반 아이들과 어떻게든 대화를 나누려는 태도는 영 불편하다. 그럼에도 쇼코는 공공연히 자신을 놀려대는 아이들 앞에서 내내 미소를 띤 채 "미안해"라거나 "고마워"라는 말을 습관처럼 한다.

영화 '목소리의 형태'는 흔히 아름답게만 다뤄지는 청춘 한 귀퉁이의 불편한 기억을 굳이 꺼내어 관객 앞에 풀어낸다. 그 중심에 있는 건 둘 다 '쇼짱'이라고 불리는 소년 쇼야와 소녀 쇼코의 감정이다. 영화는 누구에게도 유쾌하지 않을 이들의 과거가 수년 후 고등학생이 된 두 사람의 재회를 통해 일으키는 마음의 파동을 쏟아낸다. 쇼코에 대한 죄책감을 느껴온 쇼야가 조금씩 그와 가까워지고, 초등학교 시절 같은 반 친구들, 나아가 쇼쿄의 가족과도 관계를 맺으며 이어지는 사건들이 영화의 큰 줄기가 된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오가는 주인공 쇼야의 심리는 10대 특유의 천진함과 나약함을 동시에 조명한다. 특히 쇼코를 따돌리는 데 앞장섰던 그가 이를 계기로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받는 전개는 의미심장하다. 공백으로 남은 중학교 시절을 지나 고등학생이 된 쇼야가 친구들의 얼굴을 보지 않고 귀를 막으며 마음의 문을 닫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과거 쇼코와 '친구가 되기를 거부한' 쇼야는 이제 반대로 두려움에 휩싸여 외톨이가 된 채 생활한다.

결국 '목소리의 형태'는 타인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데에 필요한 용기에 대해 역설하는 영화다. 이는 기억을 떠올리는 것조차 고통스런 상대의 얼굴을 마주하고 "미안하다"고 말하는 용기인 한편, 악몽같은 고통을 준 가해자에게 "아팠다"고 일갈하는 용기다. 푸르디푸른 하늘과 흩날리는 꽃잎, 잔잔한 강물의 아름다운 정경 속에서 무엇보다 빛나는 지점은 바로 그 용기의 찰나다. 쇼야가 외면해 온 학교 아이들의 얼굴에 덮인 'X'자가 하나하나 흘러내리는 순간, 내내 건반을 둔탁하게 때리던 피아노 연주가 돌연 활기찬 음악으로 변모하는 순간. 2시간 동안 이어지는 서사의 클라이맥스에 터져 나오는 청춘의 찬가는 꽤 오랜 울림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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