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병용 / 디자인 이정선] 최근 미국이 중국에 취하는 무역 압박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 4월 3일, 미국이 중국산 제품 1300여 개에 500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미국이 30년 전 일본에 행했던 것과 유사한 무역 전략을 펼칠 계획일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바로 ‘플라자 합의’이다.

플라자 합의(Plaza Accord)란, 1985년 9월 22일 미국 뉴욕에 있는 플라자 호텔에서 G5 경제선진국(프랑스, 독일, 영국, 미국, 일본)의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여 환율에 관해 진행한 합의를 말한다. 당시 개최 장소인 플라자 호텔의 이름을 따서 ‘플라자 합의’라 불리게 됐다.

플라자 합의의 주된 내용은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의 평가절상을 유도하여 달러 강세 현상을 시정하는 것이었다. 즉 미국이 달러를 평가절하하여 자국의 수출경쟁력을 높이고 무역수지 적자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당시 플라자 합의에 참석한 선진국들은 세계적으로 강력한 정치적/군사적 영향력을 행사하던 미국의 제안을 거절하기 쉽지 않았다. 특히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있던 일본은 미국의 관세 보복으로 힘들어하던 시기인지라 더욱 미국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 

결국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는 1주일 만에 약 8% 평가절상되더니 합의 직전 달러당 240엔이었던 엔화는 3년 후인 1988년에는 120엔대까지 평가절상되어 100% 상승하게 된다. 이로 인해 일본은 경제 불황을 맞게 되고,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을 겪게 됐다.

미국이 현재 중국에 가하는 압박은 과거 일본에 가했던 것과 같은 압박처럼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제2의 플라자 협의’가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한다. 현재 중국이 과거 일본과 다른 상황에 있기 때문이다.

과거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미국과 동맹 관계를 맺으면서 군사 안보 분야에서 미국에 의존했다. 이 때문에 일본은 미국의 무역 압박에 강경히 대응하지 못하고 굴복해야만 했다. 하지만 현재 중국은 외교나 안보의 측면에서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과의 마찰도 피하지 않는 듯 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한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중국은 과거 일본과 다르게 미국에 덜 의존적이다. 중국은 정부의 지속적인 내수 확대 노력으로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8%에 불과한 것으로 기록됐다. 따라서 중국 경제는 수출로 인한 타격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현재 중국은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를 추진하며 중앙아시아, 동남아, 유럽 등으로 수출을 계획하고 있어 세계적으로 중국의 무역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어떻게 진행될지 아무도 예상할 수가 없다. 하지만 두 국가가 본격적인 무역 전쟁을 시작한다면,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또한 그 영향 속에서 예외일 수 없다. 따라서 앞으로 다가올 두 국가의 싸움에 대비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부의 사전 대책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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