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장난감과 인형 등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도구들 중 일부는 그만의 가치가 만들어지며 문화 아이콘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 자체가 걸출한 하나의 브랜드가 되기도 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마텔(Mattel)사의 바비인형이다. 

여아들의 대표 선호 선물을 넘어 각 인종의 모습과 생활상까지 담아내고 있는 바비인형은 인형 그 이상의 가치를 담아내며, 2012년 기준 전 세계 150개국에서 매초 3개씩 팔리는 꾸준한 인기를 구가하게 된다.

[사진/마텔 홈페이지]

“딸 아이의 놀이에서 착안된 바비인형”

바비(Barbie)인형은 1950년대 루스 핸들러와 앨리엇 핸들러 부부가 창업한 장난감 회사 마텔에서 만들어졌다. 만들어진 계기가 특별한데, 다름 아닌 이 부부의 딸 바바라(Barbara)의 놀이 행동에서 착안되었다. 어느 날 루스 핸들러는 딸아이가 종이 인형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다 어른의 행동 양식을 고스란히 종이 인형 놀이에 반영하는 모습을 포착했다. 예를 들면 화장하는 척을 하고, 머리 모양을 다듬고, 어른의 옷 차람을 해보는 등 놀이 안에서 어른들의 모습을 흉내 내는 형태였다. 이를 본 루스 핸들러는 단순한 장난감 인형을 넘어서는 성인 단계로 가기 전 여러 행동들을 학습할 수 있는 특별한 인형을 만들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혁명적 인형 바비의 탄생”

특별한 인형에 대해 구상 중이 어느 날 루스 핸들러는 여행 중 한 피규어 인형을 접하게 된다. 그 인형은 빌드 릴리라는 인형으로 적극적 여성상을 담은 금발의 만화 캐릭터를 인형화 한 것이었다. 당시 빌드 릴리는 근대화 시대에 선망 받는 여성상을 담고 있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는데, 이를 본 루스 핸들러는 본국으로 돌아와 마텔사만의 성인 여성 인형 제조에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해 1959년 뉴욕 국제토이페스티벌에 자신의 딸 이름을 딴 ‘바비’인형을 출시했다.

루스 핸들러 [사진/마텔 홈페이지]

“미(美) 기준을 제시하며 인기몰이 성공한 바비” 

바비인형은 출시 이후 성인 여성처럼 옷을 갈아입히고, 하이힐을 신기며, 머리를 묶어 주는 등 새로운 방식으로 빠르게 인기를 모아 발매 첫 해 약 35만개를 판매하며 성공 가도를 달렸다. 특히 늘씬한 체형(비율로 따지면 약 175cm 정도의 키에, 36-18-33의 체형으로 추정), 백옥 같은 피부, 풍성한 금발 등의 요소로 선망의 대상처럼 여겨지며 하나의 대명사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모아 나갔다. 

“위기1, 인기와 함께 생성된 차별 논란 극복”

하지만 바비인형의 인기는 시대가 지나며 점차 논란의 요소가 되기도 했다. 편향적인 여성관을 키우고, 획일화 된 미의 기준을 은연중에 강요한다는 점, 그리고 다양한 인종의 피부와 머리카락 색을 반영하지 않는 등 차별적인 요소가 있다는 것이 논란의 골자였다. 마텔사는 이러한 지적과 논란에 발 빠르게 대응해 나갔다. 그 일환으로 남성 바비인형을 출시하고, 흑인과 동양인 등 다양한 피부색과 체형, 의상 등을 접목해 흑인 바비부터, 인디언 바비, 히잡을 쓴 바비까지 다양한 지구촌의 모습을 담은 바비인형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위기를 잘 대처해 세계 다양한 문화를 반영한 인형으로 발돋움했다.

[사진/마텔 홈페이지]

“위기2, 잘못은 빠르게 인정하고 적절한 대응으로 대처”   

그런 마텔사에 또 한 번의 큰 위기가 찾아오게 되는데, 2007년에 터진 납 검출 사태이다. 중국에 위치한 마텔 공장에서 생산된 장난감에서 기준치 이상의 납 성분이 검출된 것이다. 특히 아이들이 만지고 입에 가져다 댈 수도 있는 장난감에서 납 성분이 검출 되었다는 사실에 전 세계가 놀랐고, 60년 넘게 쌓아온 명성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마텔의 위기 대처 능력이 또 한 번 발휘되었다. 논란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발 빠르게 사과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리고 각 매체에서 사과와 함께 조사 결과를 사실대로 알리며 소비자들에게 리콜 사실을 직접 통보하고 나섰다. 뿐만 아니라 이후 재발 방지 대책 수립과 직접 검출되지 않은 다른 장난감들에 대해서도 이중 삼중의 리콜을 진행했다. 이 같은 마텔의 진심어린 사과와 대처는 현재까지도 회자되며 기업들의 적절한 위기 대처 중 하나로 회자되고 있다.

[사진/마텔 홈페이지]

바비인형과 함께 논란과 인기를 거듭하던 마텔은 이후 안정을 되찾았지만, 스마트 폰과 태블릿 PC등에 주요 타겟인 어린이 층의 수요를 빼앗겨 다시금 침체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면서 여러 차례 최고 경영자가 바뀌기도 했고 배당을 중단하고 우리 돈으로 6000억원이 넘는 비용 절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바비인형을 탄생시키고 특유의 위기 대처 능력을 발휘해 온 마텔이 디지털 폭풍이 몰고 온 위기에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까. 위기를 이겨내고 다시 한 번 탄탄한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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