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가족과 함께 할 때, 혼자서 울고 싶을 때, 사랑하는 연인과 로맨스를 한껏 더 즐기고 싶을 때, 당신은 어떤 영화를 선택하나요? 많은 영화들 속에서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당신에게 무비레시피가 영화를 추천, 요리합니다.

영화 속 배경이나 내용으로 인 해 그 공간으로의 여행을 꿈꿔본 적이 있나요? 유럽 어딘가로 여행을 가면, 사랑에 빠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저는 어린 시절 <비포 선라이즈>를 통해 ‘그’ 꿈을 꾸며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불가능 하다는 것을 나중에는 알게 됐지만 말입니다)

비현실적인 것을 알면서도 누구나 꿈꾸는 ‘단 하루 만에 사랑에 빠지기’. 남녀 모두에게 낯선 도시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고 또 헤어지는 비현실적인 것 같은 그들의 모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영화. 학창시절 제 가슴을 흔들었던 영화 <비포 선라이즈>를 소개합니다. 

<영화정보>   
비포 선라이즈 (Before Sunrise, 1995) 
멜로/로맨스, 드라마 // 1996.03.30. // 100분 // 오스트리아, 미국 // 15세 관람가
감독 - 리처드 링클레이터
배우 - 에단 호크, 줄리 델피   

<단 하루, 사랑에 빠지기 충분한 시간>  
비엔나에서 파리로 향하는 유럽횡단 기차 안. 할머니 댁을 방문하고 파리로 향하는 셀린느(줄리 델피)는 부부싸움으로 시끄러운 독일 커플을 피하려 자리를 옮기다 미국인 청년 제시(에단 호크)와 우연히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잠깐의 인사로 시작된 둘의 대화는 어느덧 두 남녀의 유년기 이야기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되고, 둘은 서로에 대한 이유 모를 호기심과 친밀감을 갖게 된다. 

하지만 다음날 비엔나에서 아침 미국행 비행기를 타야하는 제시. 아쉬운 마음에 셀린느에게 말을 건넨다. “나와 함께 비엔나에 내려요.” 

그런 제시가 싫지 않았던 셀린느는 마음이 가는대로 비엔나에서 내리게 된다. 그리고 뚜렷한 목적지 없이 둘은 비엔나의 곳곳을 걸으며 대화를 지속한다. 마치 연인처럼 오래된 레코드숍을 가기도 하고, 카페테리아, 프라우터 공원, 다뉴브강의 선상 레스토랑을 지나며 거리의 시인도 만나고 손금 봐주는 여인을 만나며 데이트를 한다. 

그리고 각자의 유년기와 사랑관, 미래에 대한 가치관 등 진지하거나 혹은 가벼운 대화들로 서로를 이야기 하고 알아간다. 짧고 갑작스럽게 시작된 만남이지만 서로는 오래된 연인처럼 사랑의 감정이 싹트고 있음을 느끼며, 동시에 내일 아침이면 헤어져야 할 것에 대한 두려움과 무서움 등 복잡한 감정을 갖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찾아온 아침. 제시는 셀린느를 기차역까지 데려다 준다. 그리고 마침내 이별의 순간이 다가오자 둘은 6개월 뒤 다시 이곳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한 뒤 서로를 떠나보낸다. 그렇게 그들의 짧고 아름다운 만남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마무리 하게 된다. 6개월 뒤 그 곳에서 만날 때까지 편지나 전화 한 통 하지 않기로 약속한 채 말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   
- 판타지 같지 않은 판타지 

<비포 선라이즈>는 판타지 영화다. 물론 현실적으로 100% 불가능하다고 말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셀리느와 제시처럼 여행에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고, 다음날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지는 경우가 얼마나 많이 있을까. 즉 판타지를 기반으로 한 멜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는 보면 볼수록 판타지가 기반이었다는 점을 잊게 만든다. 105분의 러닝타임에서 두 남녀가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발 가는대로, 마음이 가는대로 움직이며 데이트를 하는 모습은 지극히 평범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감독의 연출력도 돋보인다. 시간을 점프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흐름을 이어가며 둘의 하룻밤 이야기를 서서히 관객과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든 것. 판타지이지만 판타지 같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 비엔나를 소망하게 되는 
비엔나(Vienna; Vien)는 어떤 곳일까. 오스트리아는 음악과 감성이 풍부한 나라이다. 그 중 비엔나는 오스트리아의 수도로 지금도 중부 유럽에서 경제와 문화, 교통의 중심지를 이루고 있다. 동시에 수백 년 동안 그들이 담아온 음악적 감성과 예술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실제로 베토벤과 모차르트 등 유명한 음악가들을 배출한 음악의 도시로 유명하다. 영화는 제시와 셀린느의 끊임없는 대화 속에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특징을 잘 담았다. 아마추어 연극인을 만나고, 시를 써주고 돈을 받는 시인도 만나며 손금을 봐주는 여인을 만난다. (실제로 오스트리아에는 악기를 연주하거나 예술적인 표현들로 돈을 버는 노숙(?)자들이 적지 않다.) 이런 낭만의 장치는 둘의 대화가 이어주는 다리이자 관객에게 다가가는 메시지로 작용한다. 

미국 독립영화계 대표 감독 중 한 사람인 리처드 링클레이터. 그는 250만 달러의 저예산으로 <비포 선라이즈>를 선보인 후 베를린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이후 영화는 <비포 선셋>(2004)과 <비포 미드나잇>(2013)까지 연작으로 이루어지게 되죠. 연일 따뜻한 날씨로 연애감성과 여행감성이 뿜뿜인 요즘이라면, 고전적인 비엔나(유럽)의 모습과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영화 <비포 선라이즈>는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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