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지영/디자인 최지민] 지난 3월 28일 강원 고성에서 불이 나 축구장 면적의 56배인 산림 약 40만㎡가 잿더미가 되었다. 3~5월 이 시기에 강원도에서는 건조한 날씨 때문에 불씨만 떨어져도 산불이 대형화되기 쉽다. 그런데 여기에 피해를 더 키우는 것이 강한 바람, 이른바 ‘양간지풍’ 때문이다.

양간지풍(讓杆之風)은 봄철 동해안의 양양~고성/간성, 양양~강릉 구간 사이에서 잘 나타나는 남서풍의 지방풍이다. 양강지풍(讓江之風)으로 와전되어 불리기도 하며 고온 건조하고 속도가 빨라 강원도 지역 산불이 확산되는 원인 중의 하나이다. 지난 2012년에는 국립기상연구소에서 양간지풍이 대형 산불의 발생 원인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양양지역에서는 ‘불을 몰고 온다’고 하여 화풍(火風)이라고도 부른다.

양간지풍의 발생 원리는 다음과 같다. 봄철 한반도 남쪽에는 고기압, 북쪽에는 저기압이 놓인다. 이 상태에서 강원도 지역에는 따뜻한 서풍이 불어온다. 영서지방과 영동지방의 차가운 공기 위에 따뜻한 공기가 위치하면 역전층을 형성하게 된다. 역전층이란 본래 대기의 상층으로 갈수록 온도가 낮아져야 하는데 반대로 온도가 높아지는 기층을 말한다. 대기의 대류활동이 적고 안정적인 것이 특징이다.

이때 역전층 아래에 위치한 차가운 공기가 고도가 높은 태백산맥을 넘는 순간 상층에 위치한 따뜻한 공기와 태백산맥 사이의 좁은 공간을 지나면서 압력이 높아져 풍속이 빨라진다. 그리고 태백산맥을 넘으며 고도가 낮아짐에 따라 고온 건조한 강풍으로 바뀌게 된다.

이렇게 태백산맥을 지나면서 고온 건조해지는 특성은 높새바람과도 비슷하다. 높새바람은 동북풍을 이르는 말로 주로 봄부터 초여름에 걸쳐 태백산맥을 넘어 영서 지방으로 부는 고온 건조한 바람이다. 하지만 높새바람과 양간지풍에도 차이점이 존재한다. 높새바람은 태백산맥을 오르는 동안 수증기가 응결해 구름을 생성하는 반면 양간지풍은 수증기가 만들어지지 않고 역전층을 유지하며 서풍으로 태백산맥을 넘는다.

한편 4월 초순에 산불은 경상북도, 전라남도, 강원도 등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양간지풍이 부는 영동지방에서 산불 피해 면적이 가장 넓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간지풍뿐 아니라 강원도는 산림으로 둘러싸여 있는데다가 동해안에는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 위주의 단순림이 많아 피해를 더 키우는 원인이 되고 있다. 2005년 4월에는 사흘간 강원 양양의 산간지역의 산불이 양간지풍을 타고 확산되어 임야 1161㏊와 낙산사가 소실되기도 하였다.

매년 끊이지 않고 들려오는 산불 소식. 지형적 특성과 기상 요인 등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산불방지대책과 입산자들이 산행 시 주의를 기울이는 노력 등으로 삼림과 인명 피해가 줄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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