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디자인 최지민] 최근 게임 배틀그라운드가 큰 인기를 끌고 있고 새학기에 들어서면서 고사양 컴퓨터에 대한 수요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컴퓨터 업계에서는 매우 행복한 시기가 아닐 수 없는데 오히려 울상을 짓고 있다. 컴퓨터 부품들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선뜻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새학기 등 수요가 높아지는 시기에는 약간의 가격 상승이 있긴 했지만 지금처럼 엄청난 상승세를 보이지는 않았다. 도대체 왜 그래픽카드를 위시한 컴퓨터 부품들의 가격들이 이렇게 비싸진 것일까?

첫 번째로 그래픽카드 가격이 폭등한 가장 큰 이유로는 ‘가상화폐 채굴’이라 할 수 있다. 가상화폐의 가격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엄청나게 폭등하면서 그야말로 신드롬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가상화폐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엄청난데 가장 기본적인 행위가 바로 채굴(마이닝)이기 때문이다.

가상화폐는 컴퓨터를 통해 암호화된 문제를 풀어내면 얻을 수 있다. 이 과정은 가상화폐들이 생성이 될수록 더욱 어려워지고 따라서 문제 역시 하나의 컴퓨터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게 되어 P2P 형식으로 다른 컴퓨터들과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풀어나가게 된다. 이렇게 가상화폐가 채굴이 되면 문제를 푸는 데 더 많은 기여를 한 만큼 몫을 챙겨가게 된다. 따라서 많은 몫을 가져가기 위해서라면 컴퓨터의 사양이 더욱 높아야 하는 것이다.

특히 연산 문제의 양이 많고 어려울수록 많은 비디오메모리를 요구하기 때문에 고사양의 그래픽카드가 사용되고 연산 과정에서 이들은 항상 100%의 성능을 사용하기 때문에 좋은 쿨링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수명이 엄청나게 빠르게 줄어든다. 때문에 이들의 교체주기가 빨라지게 되어 그래픽카드의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가상화폐 채굴을 하는 곳에서 그래픽카드를 싹쓸이해 시중에서 그래픽카드를 구하기 어렵게 되고 이로 인해 시장가격이 급등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두 번째로는 이미 높아진 그래픽 카드의 가격 형성 때문이다. 채굴 열풍으로 인해 그래픽카드가 한때에는 품귀현상을 일으켰지만 현재는 한풀 꺾여 공급 자체에는 큰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픽카드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가격 상승의 관성 때문이다. 높은 가격으로 유통사들이 큰 이윤을 봤기 때문에 공급이 늘어났다고 해서 가격을 바로 내리지는 않는다.

이들은 그래픽카드가 적당히 팔릴 때 까지는 가격을 유지하거나 더 올릴 것이다. 그리고 그래픽카드의 수요가 현저하게 떨어질 때 까지는 이 현상이 유지될 것이다. 현 상황에서는 새학기와 배틀그라운드 등의 고사양 게임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점 등 수요가 꽤 크기 때문에 그래픽카드 가격의 고공행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로는 그래픽카드 제조 원가의 상승 때문이다. 그래픽카드의 핵심부품인 메모리의 수급이 매우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제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면서 낸드 플래시나 서버용 D램 등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급증했다. 메모리 반도체의 생산라인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서버용 D램 등의 생산 비중이 높아지면 그래픽 메모리의 공급은 줄어든다. 따라서 그래픽메모리를 확보하는 데에 어려움이 생기므로 가격상승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그래픽카드 가격의 급등은 가상화폐 채굴로 촉발이 되었으나 여러 가지 요인들이 혼합되면서 좀처럼 가격의 안정을 찾기는 어려울 듯이 보인다. 그렇다고 중고를 구하자니 채굴에 사용되어서 이미 수명이 다 한 그래픽카드일 가능성도 있어 불안하기도 하다. 과연 그래픽카드의 고가행진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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