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김미양] 결혼은 남성과 여성이 서로 평생의 동반자가 될 것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맹세하는 혼례 의식으로, 오래 전부터 전 세계 곳곳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관습처럼 치러져 왔다. 그러나 세상이 달라지면서 과거 정형화 되었던 결혼 방식에서 현재에는 시대를 반영하는 다양한 형태로 바뀌고 있다. 여기에 최근 권력형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거세지고 그로 인한 성별 갈등이 커지면서 다시금 주목 받는 결혼의 형태가 있다. 바로 ‘보스턴 결혼’이다.

보스턴 결혼은 미국의 보스턴에서 치르는 결혼식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보스턴 결혼은 그보다 훨씬 심오한 개념으로, 이성간 결혼을 따르지 않고 미혼 여성 두 명이 우정을 나누며 동거하는 행태를 일컫는다.

보스턴 결혼은 1886년 발간된 미국 소설가 헨리 제임스의 소설 <보스턴 사람들(The Bostonians)>에서 유래한 말이다. 당시 이 소설은 정형화된 이성간의 결혼이 아닌, 한 집에 동거하는 두 여성을 통해 색다른 결혼관을 그려내며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소설 <보스턴 사람들>은 독신주의 여성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고, 19세기와 20세기 미국에서는 여성 간의 동거를 두고 아예 ‘보스턴 결혼’이라 부르게 되었다. 그렇게 보스턴 결혼은 젊은 여성층을 중심으로 번져나가며 기존 이성 간 결혼문화를 따르던 사회 속에서 숱한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비교적 과거에 만들어진 보스턴 결혼이라는 개념이 최근 또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미투 운동이 전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이성 간 결혼을 부정하고 보스턴 결혼을 선언하는 젊은 층이 나타나면서부터다. 그렇게 할리우드 발 미투 운동의 확산에 ‘보스턴 결혼’이 다시금 화제가 되면서 2017년 6월에는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등재되기도 했다.

미투 운동이 점차 확산하고 있는 국내에도 차츰 보스턴 결혼이 거론되고 있다. 더구나 국내의 경우 미투 운동으로 인한 성별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여성은 물론 남성들 사이에서도 보스턴 결혼이 동성 간의 결혼처럼 변형되어 사용되고 있다. 보스턴 결혼을 추구하는 여성은 권위주의적 남성과의 결혼을, 또 남성은 그런 여성과의 결혼을 부정하며 보스턴 결혼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인간의 기본권 중 하나이기에 보스턴 결혼 선택을 두고 누구도 왈가왈부 할 수는 없다. 다만 시대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닌 남녀갈등의 프레임으로 인해 거론 되고 있는 것이 최근의 ‘보스턴 결혼’이기에 그 본질을 살펴볼 필요는 있다. 어떤 사회 현상에 반발해 혹은 이성 간의 갈등으로 인해 보스턴 결혼 현상이 비정상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성적으로 판단해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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