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 디자인 이연선] 미혼모가 아이를 키우더라도 미혼부가 양육비 일부를 부담하는 ‘히트 앤드 런 방지법’.

이 법을 제정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마감일인 25일을 하루 앞둔 24일 추천 20만 명을 넘겼습니다. 청와대는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의 추천을 얻은 청원’에 대해서는 각 부처 장관, 대통령 수석비서관, 특별보좌관 등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가 공식 답변을 내놓도록 하고 있는데요. 21만 7054명의 추천을 받은 이 청원도 현재 답변 대기 중입니다.

히트 앤드 런(hit and run)은 야구에서 사용되고 있는 용어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청원은 야구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닙니다. 덴마크에서 시행중인 법안을 뜻합니다.

덴마크에서는 양육 책임을 저버린 미혼부·미혼모를 추적해 그에게 양육비를 부담하게 하는 일명 '히트 앤드 런 방지법'을 시행하고 있는데요. 방법은 이렇습니다. 양육비 지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정부는 비양육자를 대신해 양육비를 보내고 비양육자의 소득에서 원천징수하는 거죠.

만약 아빠가 외국으로 도망쳤다고 하더라도 다시 돌아오면 환수조치를 하고, 그 모든 것을 회피하고 싶다면 유일한 방법은 평생 덴마크를 떠나야 합니다. 또한 아빠가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고 주장한다면, DNA 검사를 통해 그 여부를 확인하기 때문에 결국 덴마크 사람들은 스스로가 미혼부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는 덴마크 외에도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독일 등 많은 유럽 국가에서 시행 중입니다. 호주나 영국, 미국은 양육비 징수율을 높이기 위해 여권발급 불허, 운전면허 취소 등의 행정적 제재 수단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양육비 대지급 제도 도입 등에 대해 제17대 국회에서 논의 된 바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추진되지는 못했습니다. 미혼모의 문제는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듯, 아이에 대한 책임을 모두가 져야 한다는 겁니다.  

지난 2010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여성가족부에 제출한 ‘미혼모의 양육 및 자립실태 조사’에 따르면 미혼모가 경험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63.1%로 ‘양육비 등 비용부담’이 꼽혔습니다. 대부분의 미혼부가 미혼모에게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고 있었고, 이는 실질적인 어려움으로 경험하게 된 겁니다.

출산은 숭고하고 아름다운 일입니다. 하지만 일각의 무책임한 어른들로 인해 아이의 탄생이 아름답지 못한 일로 여겨지고 있기도 합니다. 특히나 미혼모가 겪어 나가야 하는 삶은 결코 순탄하지 않습니다. 미혼부에게 책임을 물리는 ‘히트 앤드 런 방지법’에 대한 공식 답변에 관심이 기울여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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