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병용 / 디자인 최지민] 최근 모델 한현민이 방송을 통해 키가 ‘안’ 크는 약을 복용 중이라고 밝혀 화제가 되었다. 신장 189cm라고 알려진 고등학생인 그는 계속 성장하는 키로 인해 모델이라는 직업을 못 하게 될까봐 그러한 약을 먹는다고 말했다.하지만 누리꾼들은 그러한 약을 먹는 것을 부러워했다. 그의 고뇌보다는 단순히 큰 키를 부러워하는 것이다.

이처럼 현재 대한민국은 키 큰 사람에 대한 동경에 사로잡혀있다. 그리고 키가 큰 사람들은 대중의 동경 속에서 자연스레 특혜를 누리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일컬어 하이티즘(Heightism)이라고 한다.

하이티즘이란, 키 큰 사람이 사회적으로 누리는 혜택을 뜻한다. 프랑스 사회학자 니콜라 에르팽은 자신의 저서 <키는 권력이다>를 통해 하이티즘을 소개했다. 그는 남자의 큰 키는 신분이나 연봉, 결혼 등 많은 요인에서 사회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하는 신체적 자본이라고 말하며 ‘키는 곧 권력’이라고 말했다.

현재 키가 큰 남성이 사회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많은 여성이 키 큰 남자를 이상형으로 꼽는가 하면, 실제 키가 큰 남자들의 평균 연봉은 그렇지 않은 남자들의 평균연봉보다 높으며 사회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처럼 과열되는 외모지상주의 속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키에 대한 열망은 생소한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큰 키에 대한 동경은 과거에서도 그 전례를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면 故 박정희 전 대통령은 누군가 자신의 작은 키에 대해 언급하면 불같이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탈리아 파시스트 무솔리니는 자신의 작은 키를 감추기 위해 군중대회에 나설 때 발판 위에 올라섰고, 모든 사진은 자신의 키가 커 보이게 하는 ‘로 앵글(row angle)’로만 찍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큰 키에 대한 선호가 과열될수록 신장이 남성 평균이거나 그 이하인 남자에 대한 멸시와 차별이 확산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가장 보편적으로 나타낸 사례가 ‘루저’ 사건이다.

‘루저’ 사건이란 지난 2009년 KBS 2TV 예능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한 한 여대생 게스트가 “키 180cm 이하의 남자는 루저(loser)“라고 말해 화제가 되었던 사건이다. 그녀의 ‘루저’발언은 사회적 논란이 되었고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비난을 받았다.

이뿐만 아니라 키가 작은 남자들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키 크기 수술’까지 감행하며 키 큰 남자가 되고자 한다. 이처럼 많은 남자가 큰 키를 원하고 있다. 그리고 키 큰 남자들은 사회적으로 조금은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 사실인 듯 보인다. 하지만 큰 키가 그 사람의 인성을 판단하는 척도가 될 수는 없다. 또한, 키가 작다고 해서 무시와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될 일이다.

나폴레옹이나 전봉준과 같은 위인들은 작은 키임에도 큰 업적을 세웠다. 혹시라도 외적인 아름다움에 빠져있다면 이러한 사실을 되새기며 외면보다는 내면의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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