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김미양] 2017년 대한민국 극장가의 피날레를 장식했던 영화 <1987>.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과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이 영화에서 결정적인 역할의 한 단체가 눈에 띠었다. 바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으로, 영화에서 당시 대한민국 민주화에 중심 역할을 했던 이 단체는 허구가 아닌 실존 단체라 더욱 관심을 모았다.

정의구현사제단은 70~80년대 격동의 대한민국에서 민주화와 인권회복, 사회정의실천 등을 위해 천주교 사제들이 결성한 종교단체이다. 흔히 정의구현사제단으로 알고 있는 이 단체의 정식 명칭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으로, 조직에 일정한 틀과 회원수을 갖추고 있지는 않고 전국의 사제 가운데 3분의 1 정도는 활동에 참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정희 정권하에 있던 1974년 7월 지학순 주교가 유신 헌법 무효 선언을 발표하고 체포되어 징역 15년의 중형이 선고되자 정권에 문제의식을 느낀 젊은 사제들이 주축이 되어 그 해 9월 강원도 원주에서 만들었다.

이렇게 사회의 변화를 위해 결성된 정의구현사제단은 교회 안에서는 활발한 복음화 운동을 펼쳐나갔고, 사회에서는 민주화와 인권 운동을 펼쳐나가는 것을 목적으로 활동을 이어나갔다. 이렇게 보면 천주교 전체의 움직임과 관련이 있어 보이지만, 정의구현사제단은 천주교 공식 의견/활동을 담지는 않았다. 종교 정신에 뿌리를 둔 것은 맞되 민주화와 정의를 위한 사회 운동을 천주교와는 별도로 이어갔다고 보는 것이 맞다.

민주화와 경제 성장을 위한 격동의 대한민국 시절. 정의구현사제단은 여러 활동을 이어갔다. 대표적인 활약으로는 1970년대 양심수 석방 및 박정희 정권의 유신헌법 반대 운동 그리고 다수의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다. 그리고 영화 1987에서 다뤄진 것처럼 1987년 5월 18일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둘러싼 전두환 정권의 은폐 사실을 폭로하고 그 비도덕성을 세상에 알리기도 했다. 그 외 양심수 석방과 지원 사업, 사제헌장 제정, 국가보안법 철폐 운동, 한미행정협정 개정사업 등 정의 구현을 위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이러했던 정의구현사제단이 최근 미투운동 바람에 한 사제의 성폭력 사건이 폭로되며 그 명예가 실추되었다. 천주교 사제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당한 여성 신자가 그 사실을 폭로하며 큰 논란이 일어났고 해당 사제가 활동했던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지난 2월 26일 공식 사과문을 발표 한 것.

피해 여성의 폭로에 따르면 수원교구 소속인 한모 신부는 7년 전 봉사활동을 했던 남수단에서 여성 신자를 성폭행하려 했다. 이 같은 사실이 폭로되자 해당 신부는 교구에서 정직 처분을 받았고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운영위원회 직무도 내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종교계에도 미투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는 여론까지 형성된 상태다.

사회의 정의 구현을 위해 젊은 천주교 사제들이 우리 사회에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감춰진 사실을 폭로하기도 했던 정의구현사제단. 그랬던 과거의 활약들이 영화에도 소개되며 박수를 받았지만, 현재 일말의 성폭력 사건으로 인해 그 빛이 바래진 상태다. 비록 성폭력 추문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어버렸지만, 오히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과거 결성 당시의 정신을 다시금 되살리고 사회와 더불어 내부의 정의 구현도 다잡아 재탄생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