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광재] 지난 1월 카드3사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3월의 KT와 SKT의 연이은 고객정보 유출, 자동차 민원사이트 개인정보 노출, 네이버 자동로그인 프로그램 사건.

향후 정보보안에 대한 역사책이 쓰여 진다면 사가(史家)는 2014년 대한민국을 정보보안의 암흑기라 기록할 것이 분명하다. 과거에도 해킹이나 내부자소행을 통한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심심찮게 발생해 왔지만, 이처럼 대규모 유출사태가 연이어 터진 경우는 없었다.

과거부터 최근까지 일어난 수 차례의 유출사고로 인해 개인정보를 인터넷 사이트 어디엔가 맡겨둔 대부분의 사람은 본인의 개인정보가 이미 유출 됐다고 생각하고 이에 따른 피해를 입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지속적인 정보유출사건이 있어왔음에도 이를 예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을 수립하지 못한 것이다. 물론,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탈취하려는 범죄 관련 기술이 지능화, 첨단화되는 등 빠르게 발전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 정보를 취급하는 기관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정책을 수립하지 못한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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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편의를 위해 도입, 유지하고 있는 주민등록번호 제도가 개인정보 관리에 취약하다는 점을 알면서도 대부분의 기관이나 인터넷 사이트에 이를 수집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온 것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됐다. 이번 개정안은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이미 수집해 보관하고 있는 고객 주민등록번호도 모두 삭제할 것을 명령하는 강력한 법률이다. 수집도 △금융거래나 부동산 거래, 국세 처리 등 법령에서 구체적으로 주민등록번호의 처리를 요구하거나 허용한 경우 △정보 주체 또는 제3자의 급박한 생명, 신체, 재산의 이익을 위해 명백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등 관리가 강화돼 오는 8월 법 시행을 앞두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이라 할 수 있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국민들의 개인정보는 최대한 적게 수집하고 수집된 정보는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 국민들의 피해를 예방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기업들의 편리한 기업 활동을 지원해 주는 것 보다 국민의 정보와 재산 보호가 기본이다.

우리나라가 IT강국이라고 자부하고 있지만, 응용기술에서 다른 나라보다 앞서는 부분이 있을 뿐 기본에는 약한 편이다. 물리, 화학, 생물 등 기초과학 분야에서는 연구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고 많은 노하우가 쌓이지 못해 노벨상을 수상한 이도 아직 없으며, 컴퓨터 분야에서도 메모리만 세계 최고 수준일 뿐 CPU, 그래픽프로세서, 운영체제(OS) 등에서는 명함도 못 내미는 것이 사실이다.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위정자들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기본적인 부분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확연히 드러나는 치적을 쌓기 위해 노력한다. 모든 종목의 운동선수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오랜 기간 동안 비지땀을 흘려야 기술적 완성도가 놓아지는 것처럼, 기초를 다지는 것은 지루하고 힘든 작업이다. 꾸준하고 쉽게 변하지 않는 지원이 필요하고,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은근과 끈기가 필요하다.

개인 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국민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국민의 정보와 재산을 보호하는 것의 기본이라면, 이에 대한 정책적,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국민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국민들을 위한 정책을 세우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국민의 공복(公僕)인 정부의 기본적인 의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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