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과거 우리나라는 이웃과의 관계를 중요시 여기며 함께 농사일과 집안의 대소사 등 기쁨과 슬픔을 나누었다. 오죽하면 멀리 있는 친척보다 이웃이 낫다는 표현으로 ‘이웃사촌’이라는 말까지 생겼을까. 그런데 최근에는 상황이 180도 달라져 정겨운 이웃사촌 풍경보다는 이웃 간 분쟁과 사건 사고를 더욱 자주 접하게 되었다.

이처럼 이웃 간 관계가 무너진 큰 이유는 개인주의화 아래 점점 이웃 간 담장이 높아진 것과 더불어 이웃 간에 벌어지는 각종 사건사고를 접하며 신뢰가 무너진 것이 클 것이다.

최근 이웃 간의 신뢰가 산산조각 나는 사건이 또 다시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아들 행세를 하며 이웃집 치매 할머니가 기초생활수급비 등을 쓰지 않고 모은 전 재산을 가로챈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힌 것. 지난 1일 인천 남동경찰서는 준사기 혐의로 A(54)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 사진은 본 사건과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픽사베이]

경찰에 따르면, 2016년 인천시 남동구 한 다세대주택 2층에 사는 A씨는 평소와 다르게 혼잣말을 하거나 공과금을 어떻게 내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등 1층에 사는 B(85세)씨에게 치매 증상이 나타난 사실을 눈치 챘다. 그리고 그에 앞서 2012년부터 이 다세대주택 살던 A씨는 10여 년째 그곳에 거주하던 B씨가 평소 친인척 등의 왕래가 없는 독거노인인 것을 알고 지낸 것으로 드러났다.

그때 때마침 B씨가 매달 53만 원 가량 받는 기초생활수급비 통장의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자 A씨는 옳다고나 생각해 “도와주겠다”며 은행에 동행했다. 은행에서 B씨 아들이라며 은행 직원을 속인 A씨는 통장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할머니 명의의 통장 체크카드까지 발급받아 자신이 갖고 다니며 B씨의 돈을 빼내 쓴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게 A씨는 2016년 8월 25일부터 지난해 12월 22일까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웃집 할머니 B씨를 속여 모아둔 전 재산 2500만원과 매달 들어오는 기초생활수급비 약 1000만 원 등 3500만원을 가로챘다. A씨는 B씨의 전 재산을 가로채 2500만원은 성인오락실에서 유흥비로 탕진하고 매달 들어오는 기초생활수급비는 생활비로 썼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자칫 영원히 할머니를 속이며 돈을 가로챌 뻔한 A씨 범행은 “통장이 없어졌다”는 B씨 말을 수상하게 생각한 동 주민센터 직원의 신고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치매 증상 탓에 판단력이 흐려진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한 점을 고려해 A씨에게 사기죄가 아닌 준사기죄를 적용했다. 현재 피해자 할머니는 동 주민센터 사회복지 담당자와 협조해 조카가 사는 지역의 요양병원으로 거처를 옮긴 상태다.

이웃의 병마와 딱한 사정을 보고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범행의 대상으로 삼은 이웃 A씨. 그의 범죄 행각으로 우리 사회의 이웃 간 담장은 한 뼘 더 높아지고 말았다. 이 같은 죄질이 나쁜 A의 범죄 행각에 많은 네티즌은 안타까움과 함께 씁쓸함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 품앗이와 이사 떡 돌리기 등 과거 이웃 간의 정겨운 풍경이 더욱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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