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군인은 서러운 존재다. 아무리 국가를 위한 일이라 하더라도 가장 꽃다운 나이에 사회와 동떨어져 상명하복이 존재하는 집단에서 1년 이상을 생활해야 하기 때문이다. 

월급도 많지 않고 여자친구는 고무신을 거꾸로 신는 경우도 많고 이것저것 제약이 많아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없다.

이처럼 군인은 그 신분 자체만으로 고달픈 상황인데 모처럼 사회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외출 외박 시에도 그 서러움은 더했다. 이른바 ‘군인 프리미엄’으로 인해 음식점, 피씨방 등을 이용할 때 더 많은 돈을 내야 했기 때문이다. 

군인들은 지금까지 외출 및 외박 구역이 한정되어 일정 거리 이상을 벗어나면 안 되었다. 적군의 도발이나 전쟁 등 만약의 상황에 신속하게 부대로 복귀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군인들은 자신의 군부대에서 지정한 위수지역이 범위 안에서만 외출과 외박이 허용되었는데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군부대 인근에는 군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권이 형성되었다. 

문제는 일부의 악덕 상인들이 위수지역을 벗어날 수 없는 군인들의 약점을 이용해 바가지요금을 적용해 왔던 것. 1천 원인 pc방 요금은 군인에게 2천 원, 일반인에게는 3만 원 이하의 숙박료가 군인에게는 10만 원 이상을 적용하였으며 심지어 식당에서는 메뉴판도 민간인용, 군인용이 따로 있을 정도로 극심하였다.

상인들만 군인을 우습게 본 것이 아니었다. 2011년 양구군에서는 외박을 나온 장병 2명이 "어깨를 부딪혔다"는 이유로 이 지역 고교생 10명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폭행을 가한 고교생들은 장병들이 군인 신분이라 저항을 하지 못한다는 점을 이용해 이 같은 일을 벌였던 것이다. 

당시 분노한 양구 지역 2개 사단장은 전 장병에게 양구지역 출입금지 지시를 내렸는데 군인들을 상대로 경제활동을 해 왔던 양구군은 바가지요금 근절과 폭행 재발 방지 등을 약속하여 군부대는 출입금지 지시를 해제한 적도 있었다. 

이 사건 이후로 잠시 자성의 모습을 보이는 듯했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여전히 군인 상대로 바가지를 씌우는 행태는 반복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21일 국방부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적폐청산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군인의 외출·외박 구역 제한 폐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소식을 접한 군부대 접경지역 주민들은 군인 상대로 발달한 지역상권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군인의 외출·외박구역 제한이 폐지되면 더 값이 싸고 즐길 거리가 많은 다른 지역으로 군인들의 유출이 불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이에 각 지자체에서는 26일 접경지역 국회의원과 함께 국회를 찾아 성명서를 발표하고 생존권이 걸려 있는 이번 방침에 반대 입장을 밝힌다는 계획이다.

군인들에게 외출, 외박 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1분 1초가 귀하고 소중하다 할 수 있는데 그 시간을 멀리까지 가면서 소비하고 싶은 군인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물론 군부대 근처에서 바가지가 없다면 말이다. 

군인도 소비자인 만큼 자신의 돈을 써가면서 부당한 대우를 받을 이유는 없다. 이번 외출·외박구역 제한폐지는 군인의 인권을 고려한 방침이 아닐 수 없다. 위수지역을 해제하면서까지 말이다. 

지역사회는 이번 조치의 부당함을 주장하기 전에 왜 이런 상황까지 왔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다. 군인이라는 약점 신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자유경제를 들먹이면서 바가지를 씌우는 것은 과연 정당한 행동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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