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기자 / 디자인 정현국] 아무도 15년 전 이날, 이런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평범했던 화요일 오전. 누구에게는 출근길이고 누구에게는 등굣길이었으며 누구에게는 즐거운 봄방학을 만끽하는 길이었을 것이다. 

갑자기 멈춰 선 지하철. 맞은편에서는 불타고 있는 지하철 차량이 보였고 불이 이쪽으로 옮겨 붙는 것이 보인다.

탈출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이 잠깐 열렸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다시 닫혀서는 열리지 않는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더라?

당혹스러운 사이 검은 연기는 사정없이 밀려 들어왔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갔다.

2003년 2월 18일 오전 9시 53분. 정신지체를 앓고 있던 김모(당시 56세)씨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라이터와 휘발유가 담긴 석유통을 들고 지하철을 탑승해 중앙로역에 진입하자마자 방화를 했다.

정작 목숨을 끊으려 했던 김씨는 옷에 불이 붙자 살기 위해 탈출해 버렸고 불이 붙은 제 1079열차의 승객들은 마침 정차중인 상태여서 대부분 빠져나갔다. 그러나 재앙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제1079열차의 기관사가 화재의 초기진압을 실패하자 중앙통제실에 신고하지 않고 대피해 버렸고 이에 상황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한 사령실의 오판으로 원래 역을 통과했어야 했던 제1080열차가 반대편 선로에 정차해 버렸다. 

제1080열차 기관사는 이에 출입문을 열었지만 자신이 탈출 할 때 열차의 마스터키를 뽑고 탈출하여 열차의 문이 다시 자동으로 닫혀버렸고, 당시 수동으로 문을 개폐하는 방법의 교육이 미미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어떻게 문을 열고 탈출해야 하는 지 조차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열차 내의 바닥이나 좌석 시트, 벽면과 광고판 등 내장재가 모두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난연재들로 제작되어 인체에 유해한 유독성 가스와 매연이 발생하였고 이 연기가 시야를 가려 2차적 사고로 이어졌으며 사람들이 미처 대피하기 전에 방화셔터가 내려오는 등 아비규환의 상태가 되었다.

화마(火魔)는 결국 중앙로역을 모조리 잡아먹어 버렸고 사망 192명, 부상 151명, 실종 21명이라는 엄청난 피해를 남겼다.

1차적인 원인은 김모씨에게 있었지만 분명 많은 사람들이 대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컨트롤 타워의 미흡한 대처, 부족한 안전수칙에 대한 교육, 안전불감증에 의한 내장재 선택 등 여러 복합적인 원인이 결합되어 대구지하철 화재는 대한민국 아니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인재(人災)로 기록되었다.

화재로 목숨을 잃기 전...피해자들은 가족에게, 연인에게, 그리고 지인들에게 마지막 문자를 보냈다.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직감하면서...

희생자들에게는 엄청난 고통을, 남겨진 이들에게는 깊은 슬픔을 남기는 사고. 다시는 이런 슬픈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는 물론 국민도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 번 마음에 각인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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