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이정선] 지난 달 23일, 미국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예루살렘의 ‘통곡의 벽’을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그에 앞서 지난해 5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이곳을 방문한 바 있다. 통곡의 방은 어떤 곳이기에 미국의 VIP들이 연이어 방문하고 있는 것일까?
 
구약성서에도 등장하는 통곡의 벽은 이스라엘 예루살렘 내 ‘성전 산(Temple Mount)'을 두르는 488m의 서쪽 벽 일부로 길이 50m, 높이 20m 정도의 크기다. 성전의 서쪽 일부이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서쪽 벽'이라도 불리며, 미국 대통령뿐만 아니라 전 세계 유대인들이 찾아 기도하는 순례지로도 유명하다. 이때 벽을 바라보고 왼쪽에선 남자가, 오른쪽에선 여자가 기도하는 특징이 있다.

통곡의 벽이 순례지로 각광받는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다. 먼저 기원전부터 19세기까지 계속 증축된 통곡의 벽은 서기 70년 로마군이 완전히 파괴한 유대교 성전이 있었던 장소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유대교 정신의 뿌리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또 현재 '성전 산'을 둘러싼 사각형 벽 중에서 본래의 모습이 보존된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전 세계 유대인들은 이 통곡의 벽에 '신이 임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연간 전 세계에서 500만 명 이상이 찾는 유대교 성지가 된 것이다. 이곳을 찾는 유대인들은 바위틈에 기도문 쪽지를 꽂고 머리를 벽에 대며 기도하는데,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이러한 관습을 따른 것으로 전해된다. 

그러나 일부는 이러한 유대인들의 순례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들은 ‘통곡의 벽 순례가  18세기 초 시작한 관행으로 경전에 근거가 없고, 도리어 벽의 신성함을 훼손한다’라고 주장한다. 실제 통곡의 벽을 관리하는 유대교 당국은 한 해 100만 건이 넘는 순례자들의 기도문 쪽지를 연간 두 차례 수거해 근처에 있는 감람산에 매립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곡의 벽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무엇일까? 특별한 유래가 3가지 정도 전해진다. 하나는 예수가 죽은 뒤 로마군이 예루살렘을 공격해 많은 유대인을 죽였는데, 이 처참한 비극을 지켜 본 서쪽 성벽이 밤이 되면 눈물을 흘렸다는 설에서 유래되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유대인들이 성벽 앞에 모여 성전이 파괴된 것을 슬퍼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과 마지막으로 많은 유대인들이 이 벽에 와 기도를 드리며 통곡한다는 이유로 통곡의 벽이라 부른다는 설이 있다.

이렇게 보면 신성한 기도가 올려지는 벽처럼 느껴지지만, 통곡의 벽은 해당 지역의 트러블 메이커이기도 하다. 통곡의 벽은 유대인들과 팔레스타인의 아랍인들 사이의 오랜 분쟁거리로 남아있는데, 유대인들에게 이 벽은 이스라엘의 상징이지만 마주보는 팔레스타인의 아랍인들에게 는 이슬람 성지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둘 사이의 이런 갈등이 심화되어 1929년에는 '통곡의 벽 사건'이라 불리는 폭력 및 대치 사건이 벌어져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고 유대교와 이슬람교 사이의 종교적 감정이 크게 악화되었다. 그렇게 제2차 세계대전 후 예루살렘이 이스라엘과 요르단으로 분할되면서 통곡의 벽은 요르단에 속했다가 1967년 6월의 제 3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예루살렘 구 시가지를 점령하면서 통곡의 벽은 이스라엘로 넘어와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종교적 의미를 내포함과 동시에 분쟁 지역이기도 한 ‘통곡의 벽’. 그렇기 때문에 유대인들의 순례 이외 세계 각국 정치인들이 정치적 행보로 이곳을 방문하고 있는 것이다. 통곡의 벽에 담긴 수만은 눈물과 그 의미가 제대로 승화되어 더 이상 분쟁과 다툼, 아픔으로 비화되는 일이 없도록 세계 각국의 노력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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