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병용 / 디자인 정현국] ‘수능 금지곡’이라는 것이 있다. 이름 그대로 수능 전에 들어서는 안 되는 곡들을 말한다. 한 번 들으면 시험을 보는 내내 노래가 귓속에서 떠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능 금지곡’의 대표곡인 샤이니의 ‘링딩동’은 후렴부인 ‘링딩동 링딩동 링디기디기딩딩딩’이라는 가사와 멜로디는 머릿속에 온종일 계속 맴돌기 때문에 대표 수능 금지곡으로 뽑힌다.

이처럼 어떤 노래를 듣고 난 후 하루 종일 음악이 귓속에서 맴도는 것을 ‘귀벌레(earworm) 현상’ 또는 ‘귀벌레(earworm) 증후군’이라 한다. 마치 귓속에 벌레가 있는 것 같다는 데서 유래되었다.

지난 2009년, 미국 신시내티대학의 제임스 켈라리스(James Kellaris) 교수에 의하면 전 세계 인구의 98%가 귀벌레 현상을 경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전 세계 거의 모든 인구가 귀벌레를 경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90% 이상의 사람들은 최소 일주일에 한 번씩 귀벌레 현상을 겪고, 4명 중 1명은 하루에도 여러 차례 이러한 현상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1년부터 2013년, 영국의 더럼대와 골드스미스대, 런던대 그리고 독일 튀빙겐대의 공동연구팀은 귀벌레 현상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이들은 일반인 3000명을 대상으로 귀벌레 현상을 가장 강하게 느끼게 하는 노래 100곡을 조사하였다. 그 결과, 팝가수 레이디 가가의 ‘Bad Romance’가 1위를 차지하였고, 카일리 미노그의 ‘Can`t Get You Out Of My Head’, 저니의 'Don’t Stop Believing' 등이 뒤를 이었다.

연구진은 선정된 100곡의 노래들을 조사한 결과 3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우선 우리의 동작과 관련이 큰 ‘빠른 템포’다. 이를 닦을 때 등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행하는 반복적이고 빠른 동작의 속도가 위와 같은 훅(hook)송의 템포와 일치하기 때문에 노래를 더욱 쉽게 떠올리는 것이다.

이외에도 동요처럼 음정이 올라가다가 내려와 머릿속에 더 잘 각인되는 ‘선율’, 그리고 일반 노래보다 더 반복적이거나 불규칙해서 예상하지 못하는 ‘음정 간격‘ 등이 공통점으로 발견되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연구 결과와 함께 귀벌레 현상을 없애기 위한 방법도 제시했다. 이들의 발표에 따르면 귀벌레 현상을 유발하는 노래의 자극적인 부분만 듣지 않고 차라리 해당 노래 전체를 듣는 것이다. 이 외에도 다른 노래나 자연의 소리 등을 들으며 다른 생각으로 자기 생각을 방해하기, 평소 휴식을 취할 때 반복적인 리듬 피하기 등이 귀벌레 현상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영국 셰필드대학교 음악심리학과 빅토리아 윌리엄스 박사에 따르면 귀벌레 현상은 사실 피로와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한 뇌의 작용이하고 한다. 중요한 시험을 보기 전 등과 같이 뇌가 극도의 긴장 상태에 들어갔을 때, 뇌가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노래나 문구를 떠올리는 것이다. 즉 극도의 긴장 속에서 뇌가 즐거운 기분을 유도하는 것이 귀벌레 현상이다.

우리 일상생활 속 불편함을 주는 귀벌레 현상. 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귀벌레 현상이 나타난다면 마냥 짜증내기보다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위에 제시된 해결책을 통해 긴장과 귀벌레를 동시에 없애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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